북·미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가진 핵무기를 모두 없애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남한에서는 많은 사람이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을 ‘완전한 비핵화’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는 한반도의 반쪽만을 겨냥한 불완전한 해석이다. 비핵화의 대상은 한반도 전체가 되어야 하고, 따라서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핵무기를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핵무기도 한반도에 존재해서도 안되고 개발되어서도 안되고 한반도를 겨냥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모두 폐기되어야 하고,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모함과 전투기, 그리고 잠수함이 한반도 영해에 들어오는 일이 완전히 없어져야 하고, 한반도를 겨냥한 핵무기, 남한을 위한 핵우산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렇게 분명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북·미 정상의 합의에 CVID라는 말이 빠져 있다고 해서 핵심이 빠진 합의, 미국이 손해보는 합의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의미의 CVID 중에서 완전과 검증 가능은 실현 가능하다. 핵무기를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감시해서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가역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불가역적 비핵화란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을 모조리 차단함으로써 다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는 물리학과 화학 같은 자연과학과 기계공학, 원자력공학, 재료공학, 컴퓨터공학 같은 공학을 연구하지도 가르치지도 말고, 과학기술의 초보상태로 내려가라는 말과 다름없다.

 

핵무기는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과학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나라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한국과 일본도 개발하려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 핵무기이다. 단지 마음을 먹지 않았거나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아야 할 처지이기 때문에 개발을 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은 언제든지 핵무기를 가질 수 있는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으로 여겨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핵무기를 모두 폐기했지만 그동안 쌓아온 과학기술 수준은 그대로 유지한다면, 다시 핵무기 보유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러니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북한의 과학기술을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그럼으로써 북한을 존립 불가능의 상태로 만들어야만 가능하다. 북한이 망해 없어져야만 가능한 것이 불가역적 비핵화인 것이다.

 

북한이 망해야만 불가역적 비핵화가 가능하다면 CVID가 협상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 불가능한 것이 된다. 망해야 할 대상과는 협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VID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은 협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북한이 스스로 붕괴하거나 압박이나 전쟁을 통해 무너뜨리는 것만을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는 셈이다. 이들에게는 한반도에서 수많은 생명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부와 권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최대의 관심거리다. 그러나 한반도의 대다수 사람들은 오직 평화적인 방식으로만 한반도 비핵화에 도달하는 것을 원한다. 전쟁이나 압박을 통해 북한이 망하는 것은 북한 인민뿐 아니라 대다수 남한 시민들도 원하지 않는다.

 

불가역적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비핵화를 하지 말자는 비현실적인 주장이고, 한반도의 긴장을 부추기는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이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현 상황의 영원한 고착이나 전쟁을 원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로 인해 진로에 조금 방해는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반도가 평화로 성큼 다가가도록 하려면 CVID에 숨어 있는 저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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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27일로 보름이 지났지만 비핵화 로드맵을 논의할 후속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측 간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일 것이라는 관측은 나오지만 공식적인 협상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북·미가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협상을 이른 시일 내 개최키로 약속한다는 공동성명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외견상 북·미 간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홍보하고 있고,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한을 압박하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자세다. 북한 역시 6·25 기념행사에서 종전과 달리 대규모 반미 군중집회를 하지 않았다. 북한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미군유해 송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북 사이에서도 8월 이산가족 상봉행사 합의, 군사당국자 회담 및 철도회담 개최 등 4·27 판문점선언을 착착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질적 사안인 북·미 사이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가시적인 후속 움직임이 없다.

 

무엇보다 북한의 소극적인 대응이 아쉽다. 미국은 여러 차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제의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상대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 이 바람에 이달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지연되고 있다. 폼페이오와 북한 고위관리 간 협상을 뒷받침할 북·미 실무협상진 구성도 감감무소식이다. 한·미의 연합군사훈련은 유예됐지만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 미사일엔진 실험장 폐기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도 답답한 일이다. 북측은 이같이 침묵하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비핵화 프로세스 공백이 장기화되면 반대여론이 힘을 얻게 된다.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강한 협상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핵화 동력은 약화될 게 뻔하다. 신뢰기반이 취약한 북·미 사이에서는 신뢰를 쌓아가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양측이 정상회담을 했지만 상호 신뢰가 단단한 상태는 아니다.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작은 움직임이라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미만이 아니라 한국과 주변국들도 비핵화 논의 촉진을 위해 적극 협력하고 지원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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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공식 수행원으로 참석한 필자는 우리 정상의 19년 만의 국빈방문으로 역사의 변화가 이뤄지는 현장을 함께했다. 기립박수가 계속된 러시아 하원 연설과 300여명의 양국 기업인이 참석한 비즈니스포럼에서 러시아 측의 뜨거운 관심과 환대를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돛의 방향도 돌려야 한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한은 비핵화와 경제발전의 길로 나서고 있다. 이번 러시아 국빈방문은 한반도를 둘러싼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가운데 신북방정책의 핵심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외교적으로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담론 수준에 머물렀던 남·북·러 3각 협력의 든든한 초석을 놨다.

 

우선 양국의 전력계통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서로 연결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빠른 시일 내에 개시하기로 했다. 전력계통 연계는 러시아의 풍부하고 저렴한 청정에너지 자원의 공유를 넘어 우리나라가 다시 대륙과 연결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앞으로 중국·몽골·일본까지 계통연계가 확장되면 명실상부한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완성될 것이다. 이제 동북아도 북미나 유럽처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전력 관리는 물론 에너지를 통한 역내 평화협력체계 구축도 가능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레물린 궁에서 푸틴대통령과 소규모 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천연가스 분야도 파이프라인을 통해 대륙과 연결될 경우 연간 3700만t이 넘는 천연가스를 전량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만 의존하는 취약한 포트폴리오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 파이프라인 가스가 들어오면 LNG 도입 협상력이 높아져 연간 16조원이 넘는 가스 수입비용도 절감하고 나아가 주변 국가로 천연가스를 재수출하는 ‘동북아 가스 허브’로의 발전도 가능하다.

 

양국은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에 착수하고 상품 분야에서도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FTA가 체결되면 물류·운송 등 서비스 분야에서 남·북·러 3각 협력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투자기업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38억달러 수준인 양국의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특히 이번 서비스·투자 FTA 협상 개시는 향후 상품 FTA으로의 확대와 인구 1억8000만명의 거대 시장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FTA를 추진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작년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합의된 ‘9개 다리’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주요 성과다. 특히 조선 분야에서 우리 조선 3사와 러시아 즈베즈다조선소 간 합작회사를 빠른 시일 내 설립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선박 건조 능력을 향상시키고, 우리는 세계 LNG 선박 주요 시장인 러시아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됐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러시아의 기초 원천기술과 우리의 제조·상용화 기술을 결합하는 혁신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중소·중견 소재·부품기업의 시장 진출도 적극 돕기로 했다.

이번 러시아 국빈방문으로 1990년 수교 이래 지속돼온 한·러 경제협력의 폭과 깊이를 몇 단계 심화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마련됐다. 산업부는 이번 방문 성과가 조속히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백운규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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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토바이 회사 할리 데이비드슨이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의 일부 생산시설을 국외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할리 데이비드슨의 생산시설 이전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EU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로 EU가 22일부터 미국산 철강, 오토바이, 청바지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것이다. 할리 데이비드슨의 EU 수출 관세는 6%에서 31%로 치솟아 대당 평균 2200달러(약 245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최대 철못 제조업체인 미드콘티넌트 스틸앤드와이어도 수입 철강 관세 25% 부과에 따른 철못 가격 상승으로 주문량이 격감하자 지난 15일자로 60명을 해고했다. 멕시코에서 수입한 철강으로 철못을 만들어온 이 회사는 6월1일부터 멕시코산 철강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주문량이 예년의 30% 수준으로 격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란 테헤란의 최대 시장인 그랜드 바자르의 상점들이 25일(현지시간) 경제난에 항의하며 일제히 문을 닫은 가운데 사람들이 시장을 걸어가고 있다. 테헤란 _ EPA연합뉴스

 

자국산업을 보호하겠다며 일으킨 무역전쟁이 자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피해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를 향해 던진 부메랑이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든 것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할리 데이비드슨이 “백기투항했다”고 비판했지만 탓해야 할 것은 기업이 아니라 원인제공자인 자신일 것이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 여파로 미국 농가의 주요 수출품목인 대두 가격이 2년래 최저로 하락했고, 캐터필러, 보잉 등 중국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무역전쟁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EU가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EU산 자동차에 20%의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미국 상무부는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조사 중이다. 자동차 고율관세가 현실화되면 EU는 미국의 민감품목을 골라 보복할 것이 뻔하다. 미국이 수입 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서는 미국 주도의 무역전쟁에서 얻을 것이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1일 베이징에서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때 “우리 문화에서는 (한 대 맞으면) 다시 때려서 갚아준다”며 “미국에 반격하겠다”고 했다. 치킨게임의 끝은 파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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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한 식당에서 쫓겨난 사건이 화제다. 샌더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남편 등 가족들과 함께 버지니아주 렉싱턴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주인의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리를 떠야 했다. 이미 음식을 시켜 먹고 있던 중이었다. 식당 주인은 워싱턴포스트에서 “샌더스는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정부에서 일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잔인한 정책들을 옹호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동성애자 군복무 금지와 반이민 정책 옹호 등을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망신주기 사례는 샌더스뿐이 아니다. 이민 정책을 다루는 부처인 국토안보부의 커스텐 닐슨 장관과 반이민 정책 입안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각각 워싱턴의 멕시코 식당을 찾았다가 야유를 당했다.

 

트럼프 측근들에 대한 공개적 망신주기의 파장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사건의 이면을 짚어보면 트럼프 정부 들어 극단으로 갈라진 미국 사회의 현실, 권력유지를 위해 통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하고 활용하는 트럼프의 통치 방식이 그대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분열과 혐오가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원인은 트럼프 정부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부터 반이슬람 행정명령, 백인 우월주의 옹호, 동성애자 차별 정당화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불법 입국자 부모와 자녀들을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고집하다가 비인간적 정책이란 비난에 직면했다. 지난 18일 CNN 보도에서는 시민권자만 버스에 태워주겠다는 메인주의 한 버스 회사 관계자가 등장했다. 마치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 이용에서 유색인종을 공식적으로 차별하던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 사회는 분열되고, 반대 진영의 대응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갤럽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87%가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역대 최소인 5%만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라졌다. 트럼프 저격수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24일 MSNBC에 출연해 “식당이나 백화점, 주유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 중 아무라도 본다면 나가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맞서라”며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하라”고 촉구했다. “저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던 미셸 오바마의 외침과는 상반된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괴롭힘을 선동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공개 망신주기는 “미국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반대 진영의 혐오가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샌더스는 24일 300만명의 팔로어가 있는 백악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식당에서 쫓겨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다음날 트위터에서 워터스 의원을 “IQ가 극히 낮은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논란을 키웠다. 그는 “나에게는 하나의 룰이 있는데, 만약 식당의 외관이 지저분하면 내부도 더럽다는 것”이라며 샌더스를 쫓아낸 식당을 향해서도 독설을 퍼부었다. 그가 리트윗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의 트위터 글에서 속내를 확인할 수 있다.

 

루비오는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트럼프를 찍었거나 트럼프 혐오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자신들의 우월감으로 얼마나 많이 트럼프를 돕고 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불법 입국자 부모들과 미성년자 자녀들을 분리 수용하는 정책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터진 샌더스 망신 사건은 보수 지지층을 자극할 수 있는 호재라고 본 것이다. 트럼프 정부 참모들에 대한 비난과 야유는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력의 정책적 차별과 배제에 비하면 식당 주인의 서비스 거부는 최소한의 저항일지 모른다. 다만 그 와중에 다양성을 존중하던 미국 사회의 매력은 추락하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편가르기 정치는 더욱 심각해질 것 같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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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29일 북한은 미국 동부를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 사거리 능력을 확보한 화성-15 ICBM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북한은 단거리전술미사일부터 장거리미사일까지 모든 유형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며 핵보유국임을 선언했다. 작년 내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됨에 따라 우리 군은 대응체계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을 서둘렀고 관련 예산도 급증했다. 3축 체계는 북한 핵미사일의 공격징후를 포착하여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Chain), 북의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그리고 핵미사일 공격 시 지휘부 및 핵심시설 등을 무력화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개념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올해 들어 남북관계의 변화, 종전선언, 평화체계 구축 및 북한 비핵화 등의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하에 기존의 국방개혁 2.0(안)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국방개혁 2.0(안)은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축 체계와 공세적 작전개념 수립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는 위협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고 이는 곧 군사전략 및 전술의 변경을 요구한다. 따라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체계인 한국형 3축 체계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한국형 3축 체계는 천문학적인 예산 소요에 비해 군사적 실용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되어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오찬 후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는 아직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미국은 한편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제재는 풀지 않으며 북한의 실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를 유도하고 있다. 아직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상존한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비핵화를 추진한 리비아 등의 모델이 거론되지만 실제 북한의 비핵화는 이들 국가와 차원이 다르다. 북한은 이미 6차례의 핵실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 완료했기 때문이다. 실제 단계적으로 핵탄두, 핵물질, 핵시설, 기술과 인력의 완전한 폐기 및 검증 등의 비핵화를 시행하는 데 최소 2년에서 10년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 후 트럼프는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동창리 서해발사장의 액체엔진시험시설을 파괴할 것이고, 이는 곧 비핵화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사거리 1만㎞를 넘는 ICBM용 쌍둥이엔진 백두산을 개발한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엔진연소시험시설이 불필요할 것이다. 시설 파괴 후라도 지상연소시험시설이 필요하면 1~2개월 내에 이러한 시험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액체엔진시험시설 파괴를 비핵화의 상징적 행위로 간주할 수 있으나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남북의 전력 및 군 구조 변화가 필수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핵미사일 대응체계인 3축 체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군과 정부는 향후에 전개될 수 있는 남북관계의 개선 및 악화를 모두 고려한 두 가지 트랙의 국방정책을 입안할 필요가 있다.

3축 체계 중 킬 체인은 광역감시자산의 제한과 핵미사일의 명확한 발사징후 식별이 기술적으로 어려워 성공확률이 극히 낮다. 투자 대비 군사적 효용성도 낮다. 공격개념의 작전이기 때문에 정치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KMPR의 경우도 공세적 개념의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전력과 특수전력을 갖추지 못하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KAMD는 핵미사일뿐만 아니라 재래식탄두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요격이 가능하고 동북아 환경에서 독자적인 전력구조로서 반드시 필요한 체계이다. 이러한 장단점을 파악하여 남북관계의 개선 및 악화 시에 대해 각각의 3축 체계 개념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3축 체계를 조기 구축하고 이를 연계해 임기 내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 정부도 이전 정부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여 전작권 전환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는 상황을 연출했다. 왜냐하면, 전작권 전환의 충족조건인 어떤 전력을 어느 수준까지 구축했을 때 전작권을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가 진전되면 한국형 3축 체계를 변경하고 이에 따라 전작권 전환의 선결조건을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축 체계 및 전작권 전환 검증위원회’를 구성하여 두 가지 트랙에서 3축 체계 변경 및 전작권 전환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장영근 |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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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한 식당에서 쫓겨난 사건이 화제다. 샌더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남편 등 가족들과 함께 버지니아주 렉싱턴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주인의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리를 떠야 했다. 이미 음식을 시켜 먹고 있던 중이었다. 식당 주인은 워싱턴포스트에서 “샌더스는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정부에서 일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잔인한 정책들을 옹호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동성애자 군복무 금지와 반이민 정책 옹호 등을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망신주기 사례는 샌더스뿐이 아니다. 이민 정책을 다루는 부처인 국토안보부의 커스텐 닐슨 장관과 반이민 정책 입안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각각 워싱턴의 멕시코 식당을 찾았다가 야유를 당했다.

 

트럼프 측근들에 대한 공개적 망신주기의 파장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사건의 이면을 짚어보면 트럼프 정부 들어 극단으로 갈라진 미국 사회의 현실, 권력유지를 위해 통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하고 활용하는 트럼프의 통치 방식이 그대로 보인다.

 

분열과 혐오가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원인은 트럼프 정부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부터 반이슬람 행정명령, 백인 우월주의 옹호, 동성애자 차별 정당화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불법 입국자 부모와 자녀들을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고집하다가 비인간적 정책이란 비난에 직면했다. 지난 18일 CNN 보도에서는 시민권자만 버스에 태워주겠다는 메인주의 한 버스 회사 관계자가 등장했다. 마치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 이용에서 유색인종을 공식적으로 차별하던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 사회는 분열되고, 반대 진영의 대응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갤럽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87%가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역대 최소인 5%만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라졌다. 트럼프 저격수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24일 MSNBC에 출연해 “식당이나 백화점, 주유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 중 아무라도 본다면 나가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맞서라”며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하라”고 촉구했다. “저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던 미셸 오바마의 외침과는 상반된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괴롭힘을 선동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공개 망신주기는 “미국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반대 진영의 혐오가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샌더스는 24일 300만명의 팔로어가 있는 백악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식당에서 쫓겨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다음날 트위터에서 워터스 의원을 “IQ가 극히 낮은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논란을 키웠다. 그는 “나에게는 하나의 룰이 있는데, 만약 식당의 외관이 지저분하면 내부도 더럽다는 것”이라며 샌더스를 쫓아낸 식당을 향해서도 독설을 퍼부었다. 그가 리트윗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의 트위터 글에서 속내를 확인할 수 있다.

 

루비오는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트럼프를 찍었거나 트럼프 혐오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자신들의 우월감으로 얼마나 많이 트럼프를 돕고 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불법 입국자 부모들과 미성년자 자녀들을 분리 수용하는 정책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터진 샌더스 망신 사건은 보수 지지층을 자극할 수 있는 호재라고 본 것이다. 트럼프 정부 참모들에 대한 비난과 야유는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력의 정책적 차별과 배제에 비하면 식당 주인의 서비스 거부는 최소한의 저항일지 모른다. 다만 그 와중에 다양성을 존중하던 미국 사회의 매력은 추락하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편가르기 정치는 더욱 심각해질 것 같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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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국은 분쟁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관계한 나라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중국과 일본은 북핵 문제의 당사국인가. 북핵 문제의 최고 당사자는 아니지만 ‘관계한 나라’임은 분명하다. 멀리는 6자회담, 가깝게는 유엔제재까지 깊숙이 ‘관계’했다. 당연히 문제 해결의 책임이 있다. 그런데 현실은 딴판이다.

 

일본은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았다. 대화와 협상 국면에서도 대북제재 대오를 흩트려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북강경책이 북핵 해결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때 입장을 180도 바꿀 이유가 없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평창 올림픽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한국 주권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다. 그는 끊임없이 한반도 안보 불안을 국내 정치에 활용했고, 당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갈 때마다 불에 덴 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내심으로는 북핵이 절박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중국은 중국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고개를 흔들었다. 북핵 문제는 북·미 적대관계가 실질적 원인이므로 미국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주문을 의도적으로 오역함으로써 책임에서 비켜나 보려는 수법이다. 중국역할론은 대북 영향력을 이용해 북핵을 저지해달라는 요구인데, 그 요구에 대답하지 않고 원인제공자들인 북·미가 결자해지해야 할 일이라는 말로 받아넘기면서 교묘하게 논란을 피해간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핵 문제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을 인정받으려는 이율배반적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은 당사자 대신 중재자를 자처했다(이성현, 세종논평 『차이나패싱 담론과 한반도 당사자론에 대한 고찰』). 그러면서 ‘쌍중단’(북핵 및 미사일실험과 한·미 연합훈련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중국은 중재안이 관철되도록 하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 결국 중재안은 중국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구호로서만 기능했다. 지금 북·미가 중국의 중재안과 유사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합의했지만 이는 치열한 논의 끝에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낸 것이지 중국이 설득한 결과물은 아니었다.

 

중국과 일본이 당사국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동안 한반도는 전쟁 위기로 치달았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광기 어린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위기 지수를 높여갔다. 놀랍게도 위기의 정점에서 한반도 정세가 천지개벽하는 대전환이 이뤄졌다. 번개처럼 다가온 행운의 여신이 빠져나가기 전에 누군가 옷자락을 움켜잡는,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중국과 일본의 변신이었다. 일본은 북한의 사기술이라며 비난하던 비핵화 협상 차량에 무임승차했다. 그리고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외치기 시작했다. 휘발유 자동차에 경유를 넣어달라는 격이다. 일본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차는 고장나 멈출 수밖에 없다. 일본은 경유차가 올 때까지 좀 더 기다려야 했다.

 

중국은 극적인 입장 변화를 연출했다. 남북 화해무드가 시작되면서 ‘차이나패싱’ 논란이 불거지자 그토록 부정해오던 중국역할론을 제기하더니 1차 북·중 정상회담 직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를 주장했다. 북·미 간 급속한 관계개선과 미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로 위기감을 느끼던 차에 북·중 밀착을 기반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역할 강화에 나선 셈이다. 비핵화를 절실한 안보의 문제로 인식하기보다 한반도 영향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무엇보다 북한의 체제안전은 미국만이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비핵화 해법의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그렇잖아도 신뢰기반이 취약한 북·미 사이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자전거와 같다. 실질적인 이행조치라는 페달을 계속 밟아주지 않으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

 

두말할 것도 없이 중국과 일본은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다. 70년 분단과 냉전의 역사에도 양국의 흔적은 선연하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당사국으로서 권리는 챙기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이중적 행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은 틈날 때마다 평화적인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안정, 남북 및 북·미 대화를 지지한다고 천명해왔다. 바로 그 세 가지가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말대로 행동해야 나쁜 이웃 소리를 듣지 않는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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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25전쟁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를 미국으로 보내는 절차를 시작했다. 미군은 지난 23일 미군 유해를 넘겨받기 위해 나무로 만든 임시운송상자 100여개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으로 이송했으며, 관계자 2명이 방북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유해를 돌려받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미군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대표적인 인도적인 사안으로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손을 잡고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 _ AFP연합뉴스

 

이번에 송환되는 미군 유해는 200여구로 추정된다. 미군 유해 송환은 2007년 4월 판문점을 통해 4구가 이송된 후 11년간 중단됐다. 이번에 200여구가 송환되면 사상 최대 규모다. 6·25 때 실종된 미군 병력은 7697명으로, 이 중 북한 땅에 묻혀 있는 유해는 5300구로 알려져 있다. 북·미 양측은 유해 송환 이후 이들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해발굴 작업은 다른 교류와 달리 미군이 북한 지역에 가서 직접 전개하는 작전이기 때문에 북·미 군당국의 접촉면을 넓혀 결과적으로 적대관계 해소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남과 북도 지난 14일 비무장지대(DMZ)에 묻힌 남북의 6·25 전사자 공동 유해발굴 문제를 논의한 만큼 이를 발전시켜 DMZ 유해발굴 작업은 남·북·미 군당국이 함께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유해 송환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첫번째 실천 조치라는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북·미 양측이 합의에 그치지 않고 즉각적인 이행을 통해 신뢰를 쌓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조치를 강구하는 선순환 구조의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과 미국이 미군 유해 송환에 앞서 을지프리덤가디언과 해병대훈련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다고 밝힌 것도 회담 성공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도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로 호응해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당장은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협상이 빨리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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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2일, 김정은과 트럼프의 역사적인 만남은 어쩌면 한반도에 70년간 지속된 냉전체제를 실제로 종식시키는 중대한 사건일지 모른다. 그것은 냉전의 울타리를 유지하려는 정치적 반복 퇴행술이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냉전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의 기호가 아니었을까. 불행하게도 한반도 종전의 선언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없기에 이 만남이야말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70년 동안 불가능했던, 완벽하게 서로 다른 두 체제의 만남이 가능했던 것은 사실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불과 올 초만 하더라도 이 둘은 핵을 매개로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막말을 서로에게 늘어놨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올 1월8일,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북한이 미국에 대한 위협을 계속한다면 ‘화염과 분노’, 직설적으로 말해 세계가 본 적 없는 힘을 맞닥뜨릴 것”이라고 겁박했다. 김정은은 곧바로 트럼프를 향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응수했다. ‘로켓맨’ ‘자살미션’이라는 트럼프의 막말에 김정은은 ‘겁먹은 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늙다리’로 되갚았다. 힙합 신으로 비유하자면, 둘 다 말로 전쟁을 선포한 하드코어 래퍼 같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극과 극은 통해서였을까, 살벌한 말싸움을 벌이고 불과 몇 달 되지 않아, 로켓맨 김정은은 늙다리 트럼프와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났다. 두 정상의 만남을 기다리는 미국의 성조기와 북한의 인공기는 흡사 자매국가처럼, 치명적으로 조화로운 색상과 디자인을 표상했다. 극단적 자본주의의 아이콘 트럼프와 극단적 전체주의의 아이콘 김정은의 만남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인 시뮐라크르의 이미지를 생산했다. 사실 강력한 두 체제를 극단적으로 표상하는 두 아이콘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김정은을 상징하는 일명 ‘언더컷’으로 불리는 헤어스타일은 할아버지 김일성을 복제하고 싶은 열망을 담은 정치적 복제물이다. 사실 언더컷은 누구나 모방 가능하다. 그러나 인민복을 입고 고도비만조차 닮으려 했던 언더컷의 소유자, 김정은의 실제 캐릭터는 그 누구도 복제 불가능한 아우라를 가진다.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생산하는 김정은의 이미지는 사실 현실에서는 복제 불가능한 복제물이다. 그 누구도 그와 같은 정치적 위치를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견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불가역적인 시뮐라크르의 최강자는 다름 아닌 트럼프이다. 트럼프의 금발 역시 김정은처럼 강력한 스프레이로 고정시킨 것이다. 건강 문제로 복용한 약이 탈모를 일으켜 그의 금발의 헤어스타일은 마치 모발이 풍성한 것처럼 위장해야 한다. 김정은의 헤어스타일과 다른 점은 트럼프는 머리를 옆으로 감아올렸다는 점이다. 위장술로서 금발의 헤어스타일과 원색의 넥타이, 풍성한 양복매무시, 그리고 싼 티 나는 입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허영을 표상한다. 이는 그 누구도 복제 불가능한 복제물이다.

 

한때 인터넷에서 두 사람의 얼굴을 서로 바꿔치기하는 합성사진이 유행이었다. 극단적으로 서로 다를 것 같았던 두 사람은 합성, 즉 거짓 복사물을 통해서 둘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해 얼굴을 서로 마주했다. 성조기와 인공기처럼, 복제 불가능한 두 복제물은 마치 다른 듯하지만, 완전히 다르지 않은, 똑같은 것 같지만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시뮐라크르이다. 냉정한 냉전의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이렇듯 순식간에 사건을 일으키는 비현실적인 두 시뮐라크르가 출현한 것이다. 아마도 지금 평화와 통일의 순간은 이 두 사람 같이 비현실적이지만, 새로운 차원의 사건을 가능케 하는 시뮐라크르의 영웅을 원했는지 모르겠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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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 세계 인권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고질적 편견과 반감을 갖고 있다”며 탈퇴를 발표했다. 그는 “심각한 인권침해국들을 이사국으로 앉히는 등 소굴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엔 기구 탈퇴는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회원국 자격을 포기한 이후 이번이 2번째다. 유엔 창설 주도국이 스스로 만들고 주도해온 국제규범과 질서의 틀을 훼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의 탈퇴 이유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을 자주 비판해왔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사회는 2006년 출범 이후 이스라엘 비판 결의안을 70회 이상 통과시켰다. 비판 결의 2위 국가인 이란보다 10배나 많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시위대 유혈진압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단순히 결의안 횟수만 갖고 따질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인권이사회의 편향을 거론하기에 앞서 이스라엘의 반인권적 행태를 지적해야 한다. 미국은 유네스코를 떠날 때도 반이스라엘 성향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물론 인권침해국들이 이사국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미국의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그것은 이사회를 개혁해 인권 증진 역할을 강화해야 할 이유가 될지언정 탈퇴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유엔 내부에서는 미국이 인권이사회를 떠나면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인권 문제를 주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인권이사회가 더 이상 세계 인권의 보호막 역할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의 행동이 전 지구적 인권 후퇴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주도한 파리기후변화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란 핵협정에서도 탈퇴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이익을 지킨다며 주요 국가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촉발, 미국 주도의 국제 자유무역 질서도 훼손했다. 자유주의적 국제규범은 미국과 세계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구축한 국제 평화와 안정의 기둥이다. 아무리 강대국 대통령이라고 해도 이를 함부로 흔들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그런 규범을 제정하고 그로부터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미국이 이제 와서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 아니라 자해 행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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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오는 8월 실시 예정이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하기로 했다. 유예기간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훈련이 재개될 것 같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 후속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북한은 연합군사훈련을 대표적인 대북 적대시정책으로 간주한다. 지난달 한·미 공군 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예정일 새벽에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도 그런 인식의 결과였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연합훈련 유예 조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조치의 진전을 대내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것이다. 비핵화가 체제 보장에 기여하는 것을 실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세번째)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중국 관영 CCTV가 공개했다. 리설주 여사(왼쪽)와 펑리위안 여사(오른쪽)도 함께 촬영했다. 연합뉴스

 

과거에도 연합훈련 중단은 일시적이나마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1992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때 북한은 핵물질을 자진신고했고, 지난 3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상호신뢰를 쌓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군사훈련 중단이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한·미가 북·미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하기 전에 훈련 유예를 결정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 전 북한이 실시한 핵·미사일 실험중단, 핵실험장 폐기 등 선제 조치에 호응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이 이런 조치들을 주고받는 것은 상호신뢰를 쌓고 정상회담 합의의 순조로운 이행을 담보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이른 시일 내 훈련중단에 값하는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한·미 일각에서 비핵화 조치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군사훈련을 중단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은 길고 험난한 길인 만큼 이해당사자들의 지원과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주목을 끈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정상적인 외교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석달 새 3번이나 방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얼어붙은 북·중관계 복원의 필요성이나 한반도 급변정세를 감안하면 크게 이상할 게 없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자신의 잦은 중국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을 외면하면 안된다. 이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김 위원장의 방중 모두 비핵화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관련 당사국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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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시리아·러시아·인도·중국 언론 표현) 혹은 아사드 정권(서구 언론 표현)은 당분간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아사드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그가 시리아의 독립과 단결, 세속국가 그리고 모든 종교의 공평한 대우를 상징한다. 지지자들은 그들이 ‘외국의 침공’이라 간주하는 행위에 대해 시리아군이 정당방위를 행하고 있다고 믿는다.

 

2011년 시리아의 국방비는 중동 전체의 1%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시리아 정부가 더 많은 자원을 가진 적대세력에 맞서 버티는 이유는 수니파, 시아파, 기독교와 드루즈파의 초종파적 지지 때문이다. 시리아의 소수종파들과 세속적인 수니파들은 아사드 정부가 패하면 시리아를 떠나야 한다고 우려하기 때문에 정부를 강력히 지지한다.

 

서울 종로구 사진전문갤러리 류가헌에서 19일 개막한 경향신문·월드비전 공동기획 난민 아동 사진전 ‘아이 엠(I AM), 나를 희망한다’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한편, 시리아의 반군 세력은 초창기부터 강력한 이슬람주의 및 극단주의 성향을 띠었다. 그들은 통합된 적이 없었고, 시리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걸프 왕정, 터키, 유럽연합 일부 국가(동유럽 포함)들로부터 무기, 자금 등의 측면에서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

 

결국, 시리아 정부와 군의 붕괴를 막기 위해 러시아가 2015년 9월부터 개입했다. 이 ‘개입 저지를 위한 개입’은 중동을 오랫동안 연구한 이들에게는 놀랄 일이 아니다. 시리아와 러시아(당시 소련)는 1950년대 중반부터 동맹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리아-러시아의 밀접한 관계가 60년도 더 됐고, 심지어 시리아 정부보다도 오래된 것을 알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 전쟁 당시 점령한 시리아의 골란 고원을 지키기 위해 시리아를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 고원엔 막대한 석유 및 수자원이 있으며, 국제법상 시리아 영토다.

 

2018년 2월, 쿠르드족이 다수를 이루는 시리아 서북지역을 터키가 침공했다. 그 전에 미국도 2015년 10월부터 시리아를 침공했고 쿠르드족이 다수를 이루는 시리아의 동북지역(유프라테스강 동쪽)에 군사 기지들을 설치했다. 이 지역에 시리아의 석유와 가스 자원의 90%가 매장돼 있다.

 

현재 미군이 쿠르드족 민병대와 공조하고 있어 미국과 터키 간에 쿠르드족을 둘러싼 갈등이 존재한다. 터키는 미군이 이끄는 쿠르드족 민병대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쓰일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리아를 침공한 국가 모두 각각의 이익 즉, 단일국가 시리아를 해체하기 위해 시리아 내전을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요르그 미하엘 도스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쿠르드족은 국가를 설립하지 못한 중동 최대 민족으로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쿠르드족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이나 소련에 의해 여러 번 이용당했다. 중동 정치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패턴은 ‘한 국가의 쿠르드족이 이웃 나라의 전략적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이란 쿠르드족은 이라크의 지원을, 터키 쿠르드족은 시리아의 지원을 받는 식이다. 이는 쿠르드족 자치나 국가수립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웃의 공격에 대비하는 ‘보험 전략’이다. 현재 진행되는 미국의 시리아 쿠르드족(YPG) 지원은 이 기나긴 역사의 마지막 장이다. 미국은 시리아의 미래에 대한 협상에서 시리아 쿠르드족을 협상카드로 사용하려 한다. 한편, 미국의 중요한 동맹인 터키는 자국에 쿠르드족이 많다는 이유로 쿠르드족 민족주의에 반대하고 있어 양국이 시리아 쿠르드족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나는 미국이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넓히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사드 지지자와 이슬람주의 반군 모두 친미성향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지역 강국으로서의 실질적 독립성이 없는 ‘약한 시리아’를 바랄 뿐이다. 미국은 쿠르드족의 ‘보호자’가 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쿠르드족 영토를 떼어내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 국경을 바꾸려는 시도는 지역 내에서 더 많은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러시아의 영향력과 관련해서는, 러시아는 중동에서 행위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지 지역 패권을 지향하고 있지 않으며, 그럴 수 있는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와 반대세력 대표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러시아의 계획(아스타나 회의)이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다. 외부 개입으로 인한 전쟁의 확대 등 이 외의 시나리오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지금이 시리아 사태를 종식시키고 외교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적기다. 러시아가 이 부분에서 노력한 것을 인정해야 하며 다른 나라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요르그 미하엘 도스탈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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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특히 한국에서 한반도의 미래와 장기적 평화 전망에 대한 전례 없는 낙관주의를 촉발했다. 6개월 전에 광범위하게 퍼졌던 전쟁 가능성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고, 남북과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에 대한 희망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상 첫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생각과 평정심이 필요하다.

 

세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북한과 바깥 세계 간의 더 큰 변화를 막을 수 있다. 첫째, 북한이 정의하는 비핵화와 한국·미국의 비핵화 사이에는 엄청난 의미의 차이가 있다. 둘째, 관련 국가들의 기대와 (정의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시간표는 말할 것도 없고) 합의된 절차나 로드맵이 없다. 셋째, 신뢰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핵합의의 필요조건은 정보 공개와 북한에 대한 접근, 국가 주권에 대한 양보를 포함하며 이는 북한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경제클럽’ 오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_ AP연합뉴스

 

비핵화 정의의 간격은 단순한 의미론의 문제 이상으로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주장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은 채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은 같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왔고, 그 의미를 정의하는 일은 미국과 북한에 맡겨두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들을 종결시키는 데 동의했다고 믿지 않는다.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밖에 있는 핵국가로 받아들여지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북한은 모든 협상은 군축에 관한 것이지 비핵화에 관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이 근본적인 문제를 애매하게 만들고 무시하려고 시도했다. 예를 들어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는 남북 간 의제 중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판문점선언의 끝부분에 배치됐고 거의 지나가듯이 언급됐다.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핵 문제 취급은 더 걱정스러웠다.

 

성명은 애매하고 희망적인 목표로 후퇴했다. 2005년 9·19 6자회담 공동성명이나 기존 북·미 간 핵 합의보다 훨씬 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이 담기지 못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것이 선언의 실제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보다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어떤 결정적이고 명확한 언어에도 동의하는 것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상회담 선언에서 이 이슈에 대해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면, 북한의 핵무기를 소유하려는 결심과 미국이나 한국의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 사이의 양립불가능성이 드러났을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에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의지를 전달해왔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미국은 앞으로 2년 반 안에 주요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시간표와 로드맵 관련 문제들이 명확해지고, 구속력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을 가속화하고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몇 주와 몇 개월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이런 큰 목표들을 진전시켰는지, 그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와 약속이 충분한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위험성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와는 별개의 정치적 필요와 목표들이 있고 그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세계와의 끊임없는 적개심을 수정하지 않고도 자신의 의제들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란 점이다. 두 대통령들은 김 위원장에게 북한이 번영하고 두 나라와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은 북한에 미국의 비적대적인 의도를 확신시키기 위해 당면한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래에는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도 가능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힌트를 줬다. 지난 65년간 전쟁을 억지해 온 (한·미) 안보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치들도 암시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있어 전례 없는 돌파구를 찾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정상은 김 위원장이 핵 없는 미래를 위한 열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두 정상이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입장에 있다고 보증 없는 가정을 하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

 

<조너선 폴락 |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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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변석개(朝變夕改)도 이 정도면 ‘갑’이다. 보는 사람이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최근 북한에 ‘러브콜’을 연발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얘기다.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 “북한과 신뢰 관계를 증진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큰 결단을 기대한다”며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전진하고 싶다”고 했다. 18일에도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내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에게는 북·미 정상회담을 실현한 지도력이 있다”고도 했다. ‘대북 강경’ 일변도였던 그 아베 총리가 맞나 싶다. 그는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 “최대한의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에서 북.미 정상 회담 관련 기자 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태도를 180도 바꿨다. 아베 총리가 “도널드”라고 부르면서, “100% 일치”를 과시했던 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기를 줬다.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유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도널드’가 하는데 ‘신조’가 안 한다? 상상하기 어렵다.

 

‘절친’ 도널드와 이심전심인 만큼 향후 전개 과정을 알아챘을 수도 있다. 한 전문가는 “아베 총리까지 정상회담을 하려는 건 비핵화에 진전이 있다고 보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아베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이유는 더 있다. ‘재팬 패싱(배제)’ 우려를 씻고 현 국면에 올라타겠다는 셈법이다. ‘납치의 아베’로 지금 자리까지 오른 아베 총리로선 이번 기회를 놓치면 자칫 정치생명까지 위험하다고 직감했을 것이다. 각종 스캔들로 떨어진 지지율 부양과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3연임에는 북·일 정상회담이 ‘믿는 구석’일 것이다. 실체 없는 ‘대북 교섭설’이 흘러나오고, ‘다음은 내 차례’ ‘나는 속지 않는다’ 같은 낯뜨거운 제목들이 친(親)아베 언론에 등장하는 게 우연일까.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북·일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걸 말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찝찝함은 가시지 않는다.

 

아베 정권에게 ‘북한 위협론’은 주요한 자산이었다. 지난해 10월 갑작스러운 중의원 해산의 명분도 북한 핵·미사일 위기로 인한 ‘국난’ 돌파였다. 그런 북한이 이번에 정반대에서 아베 정권의 ‘동아줄’이 된 건 아이러니하다. 북한의 ‘대화 공세’를 “미소 외교” “시간 벌기”라고 비난하더니 지금은 “신뢰관계 증진”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자”고 한다.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의 목표로 삼고 있는 납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그간 압력이 필수라는 자세로 일관해왔다. 스스로 선택지를 좁혀온 셈이다.

 

더욱이 아베 총리가 북·일 국교 정상화의 기초로 삼자고 하는 2002년 북·일 평양선언은 ‘불행한 과거의 청산’과 ‘현안사항의 해결’을 병기하고 있다. 식민지 지배와 납치 문제의 동시 청산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후자만 강조됐고, 전자는 사실상 무시됐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아베 총리가 과거 식민지 지배로 인한 피해와 고통에 대한 반성 위에 새로운 북·일관계를 만들어갈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다.

 

한 일본 언론인은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일본 보수우익 세력들이 말 그대로 ‘멘붕(정신 붕괴)’이라고 했다. 지난 70년간 한반도 분단 체제와 미국과의 군사동맹에 의존해온 이들에게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전면에 내세운 공동선언은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비단 아베 총리나 일본 보수우익세력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동북아시아가 새로운 평화체제로 가는 것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 말이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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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공동성명 서명직전 “세상은 이제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겁니다”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이었다. 중대 변화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지만 곧 모습이 드러날 터이니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사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포기와 그에 걸맞은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했던 투자자들 시각에서 보면 북·미 공동성명은 흥미로운 결과물은 아니었다. 핵만 포기하면 북한은 부자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그나마 트럼프가 회담말미에 핵포기 시 북한의 미래 영상을 보여주면서 “북한은 훌륭한 해안선을 갖고 있다. 훌륭한 호텔을 지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김 위원장도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게 위안거리이다. 이쯤 되면 북한 핵포기와 경제발전은 암묵의 동의어다.

 

과연 북한은 부자나라가 될 수 있을까. 된다면 언제쯤 가능할까. 북한이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이다. 이런 북한에 북·미관계 정상화와 그에 따른 경제지원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명약관화하다. 북한의 개방모델을 놓고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모델이 거론되지만 결국은 국가개입과 당 관리하에서 성장가능한 모델을 선택할 것도 불문가지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린 채 걸어가고 있다. 싱가포르 _ 로이터연합뉴스

 

따지고 보면 중국과 베트남의 성장과실은 30~40년에 걸친 개혁·개방의 결과물이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뒤 1992년 남순강화를 거치면서 저임금에 매력을 느낀 외자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고도성장이 시작됐다. 1986년 도이모이정책을 시작한 베트남도 1994년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2001년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거쳐 한국·일본의 주력제품 생산기지가 옮겨오면서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외부와의 단절, 사회주의 잔재가 남은 상황에서 시작한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작업에 비하면 북한의 여건은 훨씬 유리하다. 김 위원장은 집권 뒤 그간 억눌러왔던 시장을 암묵적으로 허용했다. 시장경제 예비군인 장마당은 이미 400개를 넘어섰다. 4개였던 경제특구도 20개 이상으로 늘었다. 게다가 북한 곁에는 세계 10위권 한국 경제가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쟁쟁한 글로벌 자본들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비핵화만 이뤄지면 개혁·개방에 가속도가 붙을 것은 명확하다. 김 위원장도 지난 4월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새 노선으로 채택하면서 혈통이 아니라 능력으로 인정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제 재건으로 민생이 개선되면 권력기반이 강화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최빈국 수준이다. 2016년 현재 1인당 소득은 150만원이다. 3500만원인 한국의 25분의 1 규모이다. 교역규모는 9016억달러 대 65억달러, 외국인 직접투자는 108억달러 대 0.9억달러이다. 경제 전체를 보면 한국의 50분의 1 수준이라는 게 정설이다. 북한의 개혁 방향을 놓고 말이 많지만 우선적으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1차 산업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외자가 들어오면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특구 개발에 속도가 날 것이다.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그런 다음에는 소비혁명이 기다린다. 제대로만 진행되면 10년이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북한의 기회는 한국의 기회이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은 파트너이다. 한국의 자본과 산업화 경험이 북한의 인력, 자원 등과 결합하면 획기적 도약이 일어날 수 있다. 한발 나아가 남북 단일시장이 형성되면 더 큰 것을 누릴 수 있다.

 

70년간 적대관계였던 북·미 정상이 마주 앉은 것은 역사적 진전임이 분명하다. 과거 핵을 포기하면 대가를 준다는 방식에서 벗어나 적대관계 해소를 먼저 다룬 뒤 미국이 먼저 양보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는 방식은 기존 문법과는 다른 역발상이다.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이미 비가역적 변화는 시작된 셈이다. 경제분야라고 역발상을 못할 게 없다. 경제자위론은 핵자위론 못지않다. 경제가 번영하면 상호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 위원장이 덩샤오핑처럼 개혁개방의 전도사가 되고, 원산이 상하이가 되면 자연스레 전쟁은 멀어진다. 등산 애호가인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뒤 백두산·개마고원 트레킹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부동산 사업자인 트럼트는 평양 대동강변에 세워질지 모를 트럼프타워에서 퇴임 뒤 꽃놀이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강릉의 안목해변처럼 원산 해변가의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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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과거사를 미화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달리 부인 아키에 여사는 ‘친한파’였다. 한류 사랑이 유별나 배우 박용하씨가 요절했을 때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아베 정부의 원전 확대에 반대한다는 글을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로 인해 부부싸움까지 했다. 이른바 ‘가정 내 야당’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일본 우익으로부터 ‘국가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그래서일까. 2015년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합의를 한 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한국인들은 배신당했다며 가슴을 쳤다.

 

“아이들에게 손 떼라” 미국 텍사스 토닐로에서 17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불법 입국자 자녀에 대한 격리 수용 정책에 항의하며 “아이들에게서 손을 떼라”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토닐로 _ 로이터연합뉴스

 

역대 대통령 전기를 보면 부인들은 충돌하는 요구에 직면한다. 남편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직언해야 한다거나 정치에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전기에서는 부인이 대체로 훌륭한 가정 내 야당 역할을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에 대해 “내 옆에 지독한 야당 총재께서 앉아계시니 조심들 합시다”라는 농담을 자주 했다. 실제로 육 여사는 1963년 박 전 대통령이 군정연장을 시도하자 주미대사에게 미국이 반대하도록 설득하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가장 엄격한 비판자로 평가를 받는다. 반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대통령의 건강을 지나치게 챙기면서 심기를 거스르는 정보를 차단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 어쩌면 ‘오만한 안방권력’과 ‘현명한 조언자’는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미국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 AFP 연합뉴스

 

불법 입국한 부모와 자녀를 따로 수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반대했다. 그녀가 “국가는 가슴으로 통치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를 압박하자 워싱턴 정가는 놀란 표정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전적으로 인권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녀는 슬로베니아 이민자이기도 하다. 지난 3월에는 사이버 괴롭힘을 악으로 규정하고 백악관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트위터를 계속해온 남편에 대한 명백한 ‘반란’이다. 그녀는 회의에서 “옳다고 알고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나를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밀랍인형’으로 살아가지 않을 것을 선언한 셈이다. 기록에 따르면 부인의 반대는 관철된 적이 많지 않다. ‘멜라니아의 반란’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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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양대축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보복전으로 치닫고 있다.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 등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데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이 치고받는 무역전쟁을 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다음달 6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 3750억달러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세 부과 대상은 1102개 품목이다. 중국이 이른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항공우주·정보통신·산업로봇·신소재·무인자동차 등 첨단기술 제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글로벌 기술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기술 굴기(堀起)’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중국도 즉각 보복관세 조치를 취하면서 반격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16일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659개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농산품·자동차·수산물 등을 포함한 340억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해선 다음달 6일부터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똑같은 규모의 보복관세 조치로 맞대응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어기는 미국에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면서 통상장벽이 높아지면, 교역을 위축시켜 세계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넘게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15일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구리·알루미늄·백금 등 산업용 금속의 선물거래 가격이 2% 넘게 하락하고,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도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하는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없고, 모두 패자로 남게 될 것”이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의 80%는 중간재다. 중국은 한국산 부품으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이 적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25% 고율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어들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연간 30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치밀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양자·다자간 통상외교도 강화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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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부터 후속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양국은 정상회담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시하기로 약속한다”고 공동성명에 명기한 바 있다. 양측은 정상회담 직후에 주목할 만한 ‘초기 조치’를 공개했다.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폐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 합의 이행의 초기 조치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미국의 초기 조치에 해당한다.

 

한·미 양국이 군사훈련 중단 계획을 발표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북한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대형 미사일 엔진 실험 시설 폐기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동시 행동 원칙에 입각해 초기 조치에 나서는 것은 상호 신뢰를 쌓는 바람직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의 다음 단계 조치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일부 해외반출 같은 대담한 초기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올 들어 핵·미사일 실험 중단 선언, 억류 미국인 3명 석방,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의 선제조치를 내놨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식의 상호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판단과 의지로 움직여온 셈이다. 북·미 공동성명이 주고받을 목록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이런 북한의 포괄적인 의지를 미국이 신뢰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 수립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바쁘다. 정상회담은 트럼프가 말한 대로 ‘과정의 시작’이었다. 초기 조치를 얼마나 신속하고 순조롭게 취해 나가느냐가 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할 정도로 북·미관계는 탄력을 받고 있다. 이 동력을 살려 과감한 초기 조치 이행으로 북·미관계를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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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과 선의의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훈련을 중단할 경우 한·미동맹 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북한이 도발로 간주하는 연합훈련 중단이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에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까지 우려를 표명하는 등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연합훈련 중단 비판론은 비핵화 협상은 물론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소모적이다.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기에 진화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점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조치가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협상 상대를 자극하는 군사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상식이다. 북한이 6개월째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있는 데 대한 상응조치로도 필요하다. 북한은 이외에도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와 억류 미국 시민 3명 석방 등 여러 차례 ‘선의’를 표시했지만 미국은 한 번도 상응조치를 하지 않았다.

 

훈련 중단 선례도 적지 않다. 한·미가 1993년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한 뒤 남북대화 봇물이 터졌고, 지난 3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훈련을 연기한다고 해서 안보에 구멍이 뚫리거나 군 전력이 약화됐다는 근거는 없었다. 오히려 남북대화와 교류가 활성화되는 등 안보가 강화되는 효과를 거뒀다. 사실 한·미 연합훈련이 연중 실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시 중단으로 인한 전력 약화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번에 연합훈련을 중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 안보나 전력 약화가 의심된다면 훈련을 중단하지 않는 방안도 가능하다. 일시 유예하거나 축소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훈련은 진행하되 전략자산을 동원하지 않는 방안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공격이 전제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금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훈련 중단 방법이 아니라 비핵화를 향한 의지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군사적 신뢰구축이 필수적이다. 북·미 간 군사적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북한이 체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비핵화를 위한 과정에 적극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도 과도적 안보 제공으로 핵폐기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므로 훈련 중단은 종전선언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방안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14일 비핵화 목표 시한을 2년으로 잡은 것에 대해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군사적 신뢰가 있다면 이 역시 못할 것 없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남북 및 북·미 대결의 원인이지만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과 미국은 전쟁 억제와 대비태세 강화를 위해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정권 안전과 체제 유지에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상대의 군사적 행동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하면서 군사적 긴장과 갈등 수위를 고조시켜온 것이다. 어느 한쪽이 도발적 행동을 멈추지 않는 한 이같이 위험한 질주를 막을 수 없다. 북한의 도발적 군사 행태뿐 아니라 핵 및 미사일 개발도 이런 모순적 구조의 산물로 볼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왜 군사훈련 문제가 첫 단추가 되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평화라는 점이다. 비핵화는 평화 정착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역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이다.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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