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6'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5.16 [여적]핵무덤
  2. 2018.05.16 [사설]중동 평화의 파괴자로 전락한 미국

인구 2만9000명의 소도시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는 ‘원폭의 고향’이다. 미국 정부가 1942년 비밀 핵개발 프로젝트였던 ‘맨해튼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와 함께 인공적으로 급조한 도시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꼬맹이)를 이곳에서 만들었다. 리틀보이는 맨해튼계획을 승인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별명이다. 이때부터 오크리지는 ‘비밀의 도시’ ‘원자력 도시’로 불렸다.

 

이곳에는 지금도 원자력 공장과 원자에너지 박물관 등 미국의 국립과학시설이 있다. 워낙 한적한 곳이라서 평소 찾는 이가 드물지만 일본인 관광객이라면 질색할 만한 장소다. 이 도시 주민들도 맨해튼계획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미 정부에 따르면 5만2000여명이 암 발병 등 방사능 피폭 후유증으로 보상을 받았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인 매년 8월6일 이 도시 주변에서 반핵집회가 열린다. 핵 없는 세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해야 할 상징적 장소다.

 

냉전 종식 이후 오크리지는 핵물질과 관련 장비의 저장고 역할을 해왔다. 1994년 빌 클린턴 미 정부가 구소련 붕괴 후 핵물질 관리가 잘되지 않자 카자흐스탄에 있던 핵무기 원료 고농축우라늄(HEU) 600㎏을 이곳으로 옮겨온 게 효시다. 이어 2003~2005년 25t에 달하는 리비아의 핵개발 장비와 문서들이 옮겨졌고, 2010년부터는 칠레의 HEU도 이곳에서 보관되고 있다. 냉전 시 ‘원폭의 요람’이던 곳이 ‘핵 종말처리장’ 혹은 ‘핵무덤’으로 바뀌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핵은 인류를 단번에 무덤으로 보낼 수 있는 역사상 가장 흉측한 무기다. 그런 점에서 핵무덤은 많을수록 좋다. 아니 종국적으로는 핵무덤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노력이 요구된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물질을 반출해 보관할 장소로 오크리지를 지목했다. 그는 비핵화가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 핵무기를 폐기해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물질 보관 및 폐기 기술력과 경험으로 보면 일견 합리적인 제안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남는 의문이 하나 있다. 북핵은 반드시 미국으로 옮겨야만 하는가?

 

<조호연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

미국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시민 최소 58명이 숨지고 2700여명이 부상당했다.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항의시위를 이스라엘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비무장 민간인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하며 무차별 진압에 나서면서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는 핏빛으로 얼룩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영상을 보면 이스라엘군은 어린이와 노약자가 포함된 무방비 상태의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했고, 저격수가 도망치는 시위자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전쟁범죄나 다름없는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다.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현장 책임자 마리 엘리자베스 잉그레스는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무기를 지니지 않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총격을 당하는 장면은 견디기 어렵다”고 현지의 참상을 전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 데서 비롯됐다. 미국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예루살렘 지위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국제사회도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동성지인 예루살렘의 특수한 지위를 인정해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이 원칙을 파기했고,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대사관 이전을 강행함으로써 ‘중동의 화약고’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종교와 민족 간 갈등이 난마처럼 얽힌 중동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과거 미국은 중동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미국 자체가 갈등의 핵심 축이 돼버렸다. 중동평화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란 핵합의를 철회한 것은 중동은 물론 서방 국가들 간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이 중동평화의 파괴자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국제사회는 이번 유혈사태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자제를 촉구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것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성명 채택까지 무산시켰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지 않도록 이스라엘 정부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이 당면한 책무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무조건 편드는 일방주의적 행태를 버리지 않는 한 중동평화는 요원하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