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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일대 전기가 될 북·미 정상회담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5일 이틀 연속 “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며 곧 공개할 것처럼 언급한 북·미 정상회담 일정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회담 개최지도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가 유력시되고 있다. 지난 주말로 예상됐던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의 송환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미국이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미관계 진전 국면과 어울리지 않는 적대적 언술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난기류가 회담 흥행을 위한 트럼프의 뜸들이기나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북·미 간 신경전 이라면 큰 문제는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도 7일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소식도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며 미국 조야가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트럼프가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좀 더 확인하고 미사일 등에서 확실한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워싱턴에 팽배해 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은 핵폐기 원칙으로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제시하고, 생물·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영구적 폐기와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의 미국 비판 성명은 이에 대한 거부의 표시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다. 이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양측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조정 및 중재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북한의 핵폐기와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접근해야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양측 간 신뢰를 조성하면서 북핵폐기방안에 대한 이견을 메우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핫라인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9일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모처럼 맞은 북핵 및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Posted by KHross

1968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그해 4월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사망했고, 반전·평화를 외쳤던 5월 혁명의 물결이 유럽을 휩쓸었다. ‘그 후 50년이 흐르는 동안 전쟁은 끝났고 차별은 옳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달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은 우리 안의 차별 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고 완고한 것인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23세 동갑내기 사업가인 레이션 넬슨과 돈테 로빈슨은 이날 필라델피아의 한 스타벅스에서 또 다른 사업 파트너 앤드루 야프를 기다리고 있었다. 넬슨과 로빈슨은 스타벅스 직원에게 “음료를 아직 주문하지 않았지만 화장실을 사용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야멸차게도 “안된다”고 대답했고 급기야 이 두 사람에게 “매장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넬슨과 로빈슨이 나가지 않자 직원은 경찰을 불렀다. 넬슨과 로빈슨은 흑인이었다.

 

야프가 스타벅스에 막 도착했을 때 경찰은 두 흑인 청년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있었다. 넬슨과 로빈슨이 체포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후폭풍을 일으켰다.

 

미국 인구조사국과 하버드대, 스탠퍼드대가 공동 진행 중인 ‘기회균등 프로젝트’는 미국 사회 저변에 흐르고 있는 차별의 실상을 보여준다. 프로젝트의 일환인 ‘미국의 인종과 경제적 기회’ 보고서를 보면 30대 흑인 남성의 99%는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또래 백인 남성보다 소득 수준이 낮았다.

 

이는 부유층도 다르지 않았다. 소득 5분위(최상위) 가정에서 자란 흑인과 백인 소년을 추적해보니 30대가 됐을 때 하위 계층으로 떨어진 비율이 백인보다 흑인에서 더 높았다. 똑같이 ‘금수저’로 태어났더라도 어른이 된 후 여전히 금수저를 물고 있는 쪽은 백인이 더 많더라는 얘기다. 경제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비율도 백인이 더 높았다. 소득 1분위(최하위) 가정의 백인 소년이 성장해 5분위 가정을 꾸리는 비율은 10.6%였지만 흑인은 2.5%에 그쳤다. 사회에 나와 창업을 하거나 일자리를 구해 소득을 올리는 과정에서 흑인은 알게 모르게 이런저런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한국인도 차별에선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 상당수가 일터에서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혼혈’이라고 놀림당하는 일도 빈번하다. 인종 차별뿐 아니라 경제적 차별도 만연한 곳이 한국이다. 부자가 빈자를 괄시하고 고용주가 피고용인에게 ‘갑질’한다.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임대아파트에 사는 애들과 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는 것은 과장 섞인 풍문이 아니라 엄연히 실재하는 일이다.

 

다시 필라델피아로 돌아가자. 경찰에 체포된 넬슨과 로빈슨은 당연하게도 무혐의로 풀려났다. 스타벅스는 두 청년을 경찰에 신고했던 직원을 해고하고, 두 청년에겐 온라인에서 대학 강의를 무료 수강할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두 청년은 필라델피아시 당국과도 합의에 이르렀다. 소송을 걸어 거액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상징적인 합의금 1달러씩만 받고 소송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시 당국이 기금 20만달러(약 2억1500만원)를 조성해 자신들과 같은 젊은 사업가를 지원하도록 했다.

 

스타벅스 직원과 경찰은 넬슨과 로빈슨을 수상한 이등시민으로 취급했지만 이 사건의 결론은 어떠한가. 정작 박수받을 만한 행동을 한 사람들은 두 청년이고 스타벅스와 경찰엔 비난이 쏟아졌다. 국적을 막론하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한 사람의 품격을 완성하는 법이다. 이 품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말로는 대한항공 조씨 집안사람들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희진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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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 2018년 5월 7일자 지면기사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남북정상회담 후 첫 통화를 갖고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과정에서 한·중이 긴밀히 소통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뤄 나가는 과정에서 시 주석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시 주석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고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공조를 유지·강화하자”고 답했다. 한반도 정세가 급물살을 타는 과정에서 한·중 정상이 긴밀한 협력을 다짐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고 있는 ‘중국 패싱’론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중국은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는 판문점선언 내용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중국이 ‘종전선언’의 당사자에서 빠질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전체제가 종전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중국을 배제한 채 남북한과 미국 3자가 중심이 되는 구도가 되면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에 급파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 것도 이런 우려들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청와대는 중국이 굳이 종전선언에 주체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중국은 한국·미국과의 수교로 적대관계를 청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주요 당사국인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날 두 정상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과정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함으로써 ‘중국 패싱’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한·중관계는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복원됐다. 한·중 간 협력은 한반도 대전환 국면을 이어가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앞으로도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관련국들이 소외되지 않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심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