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리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양한 곳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DMZ(비무장지대)의 평화의집·자유의집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야기했고, 문 대통령을 통해 북한과도 연락했다”고도 했다. 미국과 북한이 내부 검토를 넘어 문 대통령을 매개로 ‘판문점 개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판문점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리는 ‘역사의 메카’가 될지 주목된다.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사이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으로 넘어 가고 있다. 서성일 기자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는 북·미 양측에 통상적인 정상회담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북·미 정상회담이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회담인 데다 한반도와 세계평화가 걸린 세기의 담판이기 때문이다. 양국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경호나 홍보 등 실무적인 문제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평양과 워싱턴은 일찌감치 후보지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체제에 대한 합법성 부여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북한은 워싱턴에서는 경호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싱가포르나 몽골은 나쁘지 않은 후보지일 수는 있어도 어디까지나 차선책일 뿐이다. 

 

판문점은 이런 고민들을 해결해주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우선 중립적 성격을 띠는 ‘제3의 공간’이기 때문에 북·미 모두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판문점이 갖는 한반도 분단과 화해의 상징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휴전협정이 조인된 곳에서 평화체제로의 대전환을 협상한다는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북한군과 유엔사가 관할하기 때문에 경호가 용이하고, 서울과 개성을 베이스캠프 삼아 차량 이동도 편리하다.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생중계가 완벽하게 이뤄진 점은 흥행 효과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도 맞을 것 같다. 판문점이 다른 해외 후보지와 달리 회담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장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북·미 간 사전 협상이 잘돼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을 정상회담 기간에 석방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과 동행 귀국하는 장면은 판문점에서만 보여줄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개최지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도 매우 밝아진 상황이다. 더 이상 개최 장소 문제로 소모적 논쟁을 벌일 시간도, 이유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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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었지만 동년배 친구들은 이제 당신을 버렸다.”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하는 중국의 한한이 모바이크 창업자 후웨이웨이에게 독설을 했다. 두 사람은 1982년 동갑이다. 한한의 독설은 중국 최대 외식배달서비스 업체인 메이퇀이 모바이크를 약 4조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직후 나왔다.

 

후웨이웨이는 중국 직장인들에겐 꿈이자 희망 같은 존재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후 11년간 기자로 일했다. 창업이나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3년 전 모바이크를 창립했다. 자전거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GPS 칩이 내장된 자전거를 특수 제작해 실시간 수요와 동선을 파악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로 업계를 빠르게 장악했다. 자전거 1000대로 시작한 사업은 현재 900만대로 불어났다. 중국을 포함해 15개 국가, 200여개 도시에 진출했다.

 

‘대중창업·만중창신(大衆創業·萬衆創新).’ ‘많은 사람의 무리가 창업하고 창조와 혁신에 임하자’고 나선 중국에서는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창업은 시작도 힘들지만 버티기는 더 힘들고,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모바이크도 올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용자들의 보증금,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부채 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 여기에 공유 자전거 이용 건수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고민이 깊었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은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누구도 그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

 

매년 7% 가까운 경제 성장을 하며 무섭게 변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老鋪)가 있다. 상무부가 노포로 공식 인증한 ‘중화노자호’는 1128개에 달한다. 그러나 전통을 유지하는 일도 고난이 따른다. 현재까지도 그럭저럭 잘나가는 노포는 3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노포의 주인들은 자신의 점포가 상업적인 가치뿐 아니라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인터넷이라는 도전에 맞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단오절에 먹는 쭝즈는 찹쌀을 삼각형 형태로 대나무 잎에 싸서 찐 중국판 삼각 김밥이다. 저장의 노포인 우팡자이는 쭝즈에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 방패 이미지를 넣었다. 휴대전화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모두 해결하는 무인 식당도 만들었다. 100년 된 가게라곤 믿기 힘들다. 1931년 탄생한 바이취에링은 ‘중국판 박가분’이다. 할머니들의 화장품으로 치부되던 이 화장품은 지난해 ‘1931’이라는 광고 사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통 치파오를 입은 여인의 그림과 함께 ‘시간을 죽여버린다’는 강한 문구를 넣었다. 오래된 이미지를 정면 돌파하면서 10대, 20대 고객을 끌어들였다. 1887년 개업한 차 전문점 우위타이(吳裕太)는 ‘올드 우(吳)가 젊은 우(吳)’로 변했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변화에 나섰다. 재스민차를 세련된 중국식 한지와 종이 노끈으로 포장해주는 등 노력으로 35세 이하의 고객 비중이 70%를 차지한다.

 

윈난의 차 기업인 다이그룹은 스타벅스 같은 보이차 카페를 만들었다. 북유럽식 인테리어에 편안한 소파와 조명을 설치했다. 주 품목은 보이차지만 티라미수 같은 케이크도 판다. 아이폰에 맥북을 쓰는 신세대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보이차를 마시며 일한다. 노포들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한한은 “창업은 벼락부자와 동의어가 아니며 좌절과 실패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아홉 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나는 구사일생이 아니라 9999번 죽을 뻔하나 한 번 사는 게 창업이라고도 했다. 겨우 30대 중반에 부동산 수입으로 시간을 보낼 셈이냐고 되묻는다. 누구의 판단이 옳은지 칼 같은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러나 적어도 중국 기업가 정신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는 명확해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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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한달가량 앞둔 상황에서 미국의 비핵화 구상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좋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주는 발언이자 방법론에서도 북·미 사이에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하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에서는 아직 상당한 간극이 느껴진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리비아 모델을 많이 염두에 두고 있지만 (북한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볼턴은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양보하기 전 북한이 핵무기와 핵연료, 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나는 그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완벽한 검증과 완전히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볼턴이 ‘북한은 다르다’고 말한 것은 리비아 모델이 아닌 변형된 방식을 구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8년5월2일 (출처:경향신문DB)

 

리비아 모델은 핵폐기-검증-보상조치가 순서대로 이뤄지는 핵폐기 방식을 말한다. 리비아는 2003년 12월 핵포기 선언을 한 뒤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핵 관련 시설과 장비를 폐기했고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사찰도 받았다. 이후 2006년이 돼서야 미국과 수교하는 등 보상이 주어졌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리비아 모델은 일방적인 핵무장해제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핵폐기는 ‘현찰’로 먼저 지급하고 보상은 ‘어음’으로 받는 격이기 때문에 상당한 신뢰가 형성되기 전에는 성사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북한은 리비아 모델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왔다.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포기를 한 탓에 정권이 무너지고 살해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핵이 없던 리비아와 달리 핵을 보유하고 운반수단인 장거리미사일까지 완성 단계에 도달해 있다. 리비아 모델은 김 위원장이 제시한 ‘단계적 비핵화’와 거리가 크다. 단계적 비핵화는 핵폐기-보상의 단계별 이행계획을 마련한 뒤 이를 단계별로 실천해나가는 방식이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방식을 제시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 접촉 과정에서 의제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은 남아 있다. 남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강하고, 미국이 이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담판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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