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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군 행보가 심상찮다. 새해 벽두부터 군복을 입었다. 지난 3일 ‘2018년 군 동원훈련 대회’가 열린 허베이성 중부전구 훈련장에 참석해 훈련 명령을 내렸다. 시 주석은 “고난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과 싸워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주석이 직접 훈련 동원 명령을 내린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메시지가 있는 행보란 의미다.

 

다음 일정을 보면 짐작이 간다. 시 주석은 육군부대를 시찰한 자리에서 한국전쟁 당시 송골봉 전투를 언급했다. 이 전투는 1950년 11월30일 중국군 112사단 100여명이 북한 서부 송골봉에서 미군 2사단 7000여명과 사투를 벌였고, 중국군 7명만 살아남아 진지를 지켰다고 중국 전사에 기록돼 있다.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집권 2기를 출범하며 ‘강군몽’을 선언한 시 주석이 올해 ‘군사 굴기’를 본격화할 뜻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신년사를 발표할 때는 젊은 시절 군복 입은 사진을 뒤편에 놓았다. 사진 자체가 메시지다.

 

중국은 꿈을 꾸고 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몽’이다. 청나라는 1842년 아편전쟁으로 영국 함대에 무릎을 꿇었다. 난징에 정박 중인 군함 위에서 치욕적이고 불평등한 조약을 맺었다. 그 결과 홍콩을 넘겨줬다. 100여년이 지난 1949년 마오쩌둥은 톈안먼 광장에서 “중화 민족이 일어섰다”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했다. 시 주석은 그로부터 또 100년 뒤인 2050년 ‘위대한 중화 민족의 부흥’을 완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내부적으론 거칠 게 없다. 사상도, 당·정부 체제도 그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도광양회(韜光養晦·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림)에서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할 일을 함)로, 본격적인 굴기의 시대로 나아가려고 한다. 시 주석이 얘기하는 ‘신시대’는 인류 문명의 중심이었던 그때로, ‘백 투 더 퓨처’ 하겠다는 것이다(<백 투 더 퓨처>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1985년 만든 영화 제목이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 표현된다. 중국은 2010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일본을 앞서며 세계 경제 2위에 올랐다.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 집계 기준으로 미국 19조3621억달러, 중국 11조9375억달러다. 군사비 지출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은 6110억달러, 중국은 2160억달러다. 1·2위 간 격차는 여전히 크다. GDP와 군사비 3위는 각각 일본(4조8844억달러)과 러시아(692억달러)인데 저만치 뒤에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한다. 하지만 G2로 같이 묶이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패권적 지위를 활용해 2인자가 더 커지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실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규모 2인자는 영국에서 독일로, 일본으로, 중국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지난 연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한 공세를 예고했다.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한 것이다. 힘과 힘이 충돌하는 상황이 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 판에 러시아도 끼어들 태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판 ‘중국몽’인 ‘위대한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을 노린다. 미국 일극 체제는 물론, 미·중 G2 시대로 고착화되도록 놔두지 않으려 한다. 러시아 역시 미국과 세계질서를 양분했던, 구소련 붕괴 이전인 그때로, ‘백 투 더 퓨처’ 하려고 한다. 강대국들의 민족주의 주창은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중국이 초강대국의 DNA를 펼쳐보겠다는데 지금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남이야 뭐라든 뒤집거나 버렸다. 새해맞이 첫 일성도 “2018년 미국을 더욱 위대하게”였다. 올해도 그런 기조는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미국의 고립 자처는 국제사회의 리더십 포기로 연결됐다. 중국이 움직일 공간을 넓혔다. 중국은 그런 미국을 향해 ‘인류 공동 운명체’를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구조가 서구와 딴판인 중국이지만 미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못하니 세계가 중국의 언행을 주시한다.

 

미·중의 작용과 반작용, 도전과 응전은 2018년을 달굴 것이다. 그 사이에 놓인 한국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를 부르짖었지만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는 지켜져야 할 가치라는 점도 확인됐다. 어느 일방의 뜻대로 국제질서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도 ‘회복력(resilience)’을 발휘할까. 국립외교원이 2017년을 평가하고, 2018년을 전망하면서 선택한 단어다.

 

<안홍욱 국제부장>

 

Posted by KHro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적이고 명확한 목소리로 남북대화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남북 고위급 회담을 “큰 시작”이라고 평가한 뒤 “남북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적절한 시점에 우리도 (대화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남북대화에 이보다 더 큰 힘을 실은 수사가 또 있을까 싶다.

 

트럼프의 지지 표명은 실로 의미가 크다. 트럼프는 과거 몇차례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번처럼 확실하게 북한과의 대화를 지원한 적이 없다. 이번 언급으로 남북대화에 대해 한·미 간 ‘이견 돌출’이나 ‘대북 엇박자’ 주장이 무색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국이 적절한 시점에 북한과 대화에 참여하고, 자신이 직접 김정은과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은 남북대화가 북핵 대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의 발로이자 메시지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공개적으로 남북대화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모처럼 조성된 것이다.

 

남북은 주말 이틀 동안 회담 대표단 구성을 마무리하는 등 회담 준비를 마쳤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최고의 남북대화 전문가이며, 북측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역시 남북 군사실무회담 등을 이끈 대표적인 대남통이다. 회담을 실무적으로 진행할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또한 남북대화에 정통하다. 회담의 최우선 의제인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를 다룰 인사들은 해당 분야 실무에 밝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원길우 체육성 부상 등 차관급으로 채워졌다. 북측은 남측이 제시한 명단에 대표단의 급을 맞춰 ‘격 논란’을 불식시켰다. 과거 어느 때보다 중량감 있는 대표단이 꾸려짐으로써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그만큼 남북대화의 책임성은 더 커졌다. 남북회담이 궁극적으로 북·미 및 북핵 대화로 연결되어야 한다. 트럼프는 북한과 무조건 대화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결과가 어떨지 좀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모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대화 모멘텀을 저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도 모처럼의 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초당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9일 회담에서 북측이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한다. 핵·미사일 도발 중단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