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에 대해 “로켓맨(김정은)이 지금 한국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원한다”며 “아마 이것이 좋은 소식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켜보자”고 말했다. 환영도, 반대도 아니지만 마뜩잖아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트럼프의 참모들은 관망적인 자세를 넘어 좀 더 분명하게 우려를 표명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함이 없다”며 “북한의 변화를 위해 최대의 대북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한술 더 떠 “김정은의 대화 진정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며, 그가 우리와 한국 사이에서 어떤 이간질을 하려고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갑자기 성사된 남북대화에 대한 미국의 당혹감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여태껏 핵·미사일 위협을 일삼아온 김정은 정권의 대화 공세를 의심 없이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한국에는 대화공세를 펴고 미국에는 핵위협을 가함으로써 두 나라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남북대화는 자칫 궁지에 몰린 김정은 정권에 퇴로를 열어주고,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기조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 문제는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문제를 풀어나갈 의지가 강하다면 해결의 기회로 삼으면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동맹국으로서, 북핵 당사국으로서 미국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번 남북대화의 1차적 목표는 안전하고 평화적인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다. 하지만 남북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각종 경제·사회 교류를 복원하는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남북이 대화 있는 시대로 나아가고 신뢰가 쌓이면 북핵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북 간 협의를 통해 북·미 접근을 주선할 수도 있다. 북한과 미국 두 나라가 풀지 못한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남북대화를 미국이 색안경을 끼고 봐야 할 이유는 없다. 

 

남북대화와 제재·압박 기조가 충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이를 피해 운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제재·압박과 대화를 병행할 경우 오히려 북핵 해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은 냉소적인 태도를 거두고 남북대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금 바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존중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핵 해결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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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선수단 참가 및 남북대화 의지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정부가 대화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평창 올림픽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현실을 감안한 결과일 것이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는 단순한 체육 행사 참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올림픽 개막식의 남북 동시 입장이나 북한 응원단 문제 등 남북 간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차관급 회담을 거치는 절차 대신 곧장 장관급 이상의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것도 회담의 시급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북회담 재개에 대비해 충실히 준비해왔다는 자신감도 내비친 셈이다. 북측 역시 김 위원장이 제의할 정도면 상당한 준비가 되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여 만에 당국 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대화는 필수다. 이것이 바로 남북 모두 대화 단절의 시대를 끝내야 할 이유다. 남북대화는 천안함사건과 연평도 포격으로 2010년 대화가 중단된 이후 간헐적으로 재개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실상 8년 가까이 단절된 상태였다. 대화의 소중함은 대화 없는 시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고, 이로 인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급기야 한반도 전체가 전쟁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대화는 최소한의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물론 지금 대화 환경은 썩 좋지 않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이 압도하는 상황에서 자칫 남북대화가 고립될 수 있다. 만에 하나 남북대화와 제재가 부딪치지 않도록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우선 남북대화를 남북관계 전반의 회복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 남북관계 회복이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북핵 해결책을 제시하고 주도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대화의 시대를 맞이할 만한 준비가 돼있는지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협력적 자세가 특히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평화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대화는 김 위원장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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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를 맞으면 ‘기대 반 불안 반’의 심정이 된다. 다가올 1년이 어떨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언론에서 신년 기획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새해의 과제를 짚고, 어떤 1년이 될지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신문을 비롯해 방송과 주간지 등에선 ‘2018년 일본’을 전망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내년 4월 말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로 ‘헤이세이(平成·현 일왕의 연호)’ 시대가 3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되는 점을 비추어 헤이세이 시대를 되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짚는 ‘헤이세이라는 것은’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일본 경제 대예측’ 특집을 통해 지난해 2만2900선대까지 올랐던 닛케이 평균주가가 올해 3만선대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 전문가의 예측을 실었다. 일본 경제가 장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최근 상황이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향후 일본 경제의 ‘변수’로 북한 핵·미사일 위기,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제 동향과 함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선택’을 드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 그 선택이 어디까지 현실화할지에 따라서 일본 경제, 아니 일본 사회의 향방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본은 올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는 중대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전방위적인 무장 강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戰力) 보유를 하지 못하도록 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해 헌법기념일인 5월3일 ‘전쟁 포기’(1항)와 ‘전력 불보유 및 교전권 비인정’(2항)을 규정한 현행 헌법 9조에 자위대의 근거를 명확히 한 개정 헌법의 2020년 시행을 목표로 제시했다. 집권 자민당도 최근 개헌안의 국회 발의를 연내에 마치고 늦어도 내년 봄까지 국민투표를 거쳐 2020년 새 헌법을 시행한다는 목표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등 개헌 세력은 현재 중·참의원 모두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개헌에 신중한 연립여당 공명당과 개헌에 반대하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 그리고 절반 가까운 개헌 반대 여론이 변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아베 총리가 필생의 비원(悲願)인 헌법 개정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둘 경우 국민 분열 등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개헌 논의에만 매몰될 경우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연두소감(신년사)에서 헌법 개정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위대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작년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으니 당연히 당에서 (개헌 논의를) 진행해 줄 것”이라며 개헌 논의에 박차를 가할 뜻을 내비쳤다.

 

공교롭게도 아베 총리는 신년사에서 150년 전 메이지(明治) 유신을 사례로 들면서 ‘국난 극복’을 강조했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 근대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지만, 이때 정해진 일본의 행로는 70년 후 군국주의와 전쟁, 그리고 패전으로 이어진다. 보수우익세력들은 일왕을 중심으로 세계에 위세를 떨치던 ‘메이지 일본’으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패전 후 73년. 아베 총리는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가 꿈꾸는 ‘새로운 국가 만들기’가 어떻게 될지, ‘불안’의 한 해가 시작된다고 느끼는 일본 시민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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