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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08 [특파원칼럼]트럼프의 총기참사 대응법

열흘마다 점보제트기가 한 대씩 추락하고 있는데 정부는 애도만 하면서 대책 마련에 무관심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총기사고를 방치하는 미국 사회의 현실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인근의 한 교회에 20대 남성이 난입해 신자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26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사망자 중 절반은 어린이였다. 문제는 이런 끔찍한 총기사고가 미국 사회의 일상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지난달 1일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58명이 목숨을 잃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보도되지 않은 참사는 더 많다.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샌안토니오 사건이 발생한 당일 미국 전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총기사건만 38건이다. 이날 하루 64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307건 발생했다. 매일 한 건씩 총기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10개월간 총기사고로 총 1만3136명이 죽고, 2만7000여명이 다쳤다. 열흘마다 미국인 400명을 태운 점보제트기가 한 대씩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총기가 문제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세계의 4.4%이지만, 이들은 민간인이 가진 전 세계 총기의 42%를 소유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총격범이 묵었던 호텔 방에서 AK-47 등 20여정의 총기가 발견됐다. 인터넷매체 복스에 따르면 총기 소지율 60%를 넘는 와이오밍주와 몬태나주는 10만명당 16명 이상이 총기에 사망했고, 소지율 10% 수준인 하와이주의 10만명당 총기 사망자는 4명이었다. 총기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텍사스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총기규제 제도화 주장이 다시 들린다.

 

놀라운 점은 미국인들 중 상당수가 총기규제에 반대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제도를 보완할 의지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켄 펙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폭스뉴스에서 이번 사건을 설명하면서 “다행히 텍사스에서는 총기를 보이지 않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권한(concealed carry)이 있어서 누군가가 여러 사람을 죽이기 전에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총기를 들고 다니며 난사범을 미리 제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해 9월 워싱턴포스트는 조지아주 윈더에 사는 51세 백인 남성 짐 쿨리를 소개했다. 쿨리는 월마트를 갈 때도 사람이 많이 모이면 위험하다며 AR-15 반자동소총을 들고 다닌다. 트럼프 셔츠를 입고 한 손에 소총을 들고 한 손에는 코카콜라를 든 쿨리는 총기소지 자유를 주장하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모습이었다. 쿨리는 이제 휴일 교회를 갈 때도 소총을 들고 갈지 모르겠다.

 

트럼프 정부의 총기참사 대응에는 패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총기 사건 직후 “가슴이 찢어진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함께 뭉쳐 슬픔에 맞서야 한다”며 단합도 호소했다. 하지만 “총기 문제가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라며 총기규제는 반대했다.

 

라스베이거스 총기사건 때도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조기 게양을 주문하며 애도했지만 제도 보완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은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단합할 시간”이라며 피해갔다. 슬퍼하고 침묵하면서 총기 문제가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아마도 미국 정치인들의 주요 자금줄인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력이 유지되고, 쿨리 같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 의원들이 상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수정헌법 2조를 들어 각종 총기규제 입법을 무력화시키는 보수 우위 대법원이 존재하고, 트럼프 정부의 뭉개기 전략이 계속되는 한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총기 문화에 이질적인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적인 모습이다. 미국인으로선 부끄러워해야 할 현실이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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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