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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회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가 대승해 장기 집권과 헌법 개악, 군사 대국화의 길이 열렸다. 이번 선거로 전후 일본의 기본적 가치인 평화주의나 민주주의의 허구성이 드러났으며, 일본이 동아시아 평화의 위협요인으로 떠올랐다.

 

자민당은 284석을 얻어 전체 465석의 과반수를 차지했고,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29석을 합쳐서 개헌선인 3분의 2를 넘었으며, 헌법 9조 개헌을 주장하는 극우 야당과 일본유신회까지 합하면 4분의 3을 차지했다.

 

아베는 이번 선거를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한 ‘국난선거’라고 했다. 국난이란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소비세 인상분(부가세)의 용도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각처에서 아베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모리토모(森友)학원, 가케(加計)학원에 대한 특혜 스캔들을 덮기 위한 ‘은폐 해산’ ‘적전도주 해산’ ‘대의 없는 해산’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역사가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는 지금 상황을 1937년 일본 군부가 전쟁으로 폭주한 중일전쟁 무렵의 시대상황과 비유하면서 “이번 선거는 일본의 진로가 전쟁과 평화, 어느 쪽으로 가느냐 하는 지극히 중대한 선거”라고 했다(한도 가즈토시, ‘기로에 선 평화’, 아사히신문 2017년 9월29일 13면).

 

이번 총선뿐만 아니라 아베는 일본 국민을 위협하고 선동하는 수단으로 북한을 이용해왔다. 지난 8월29일 일본에서 집을 나서려 하는데, 건드리지도 않은 TV가 갑자기 켜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고 전국순간경보시스템(J Alert)이 작동한 것이다.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쏜 화성-12호가 홋카이도(北海島)를 가로질러 1180㎞ 동쪽 태평양에 착탄했는데, 발사 후 4분 만에 경보가 울리고 전국의 TV, 라디오, 휴대폰에 긴급경보가 자동으로 뜨고,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온 종일 TV는 발사 소식을 내보내고, 도쿄의 지하철 등 일부 전차가 멈추고 몇몇 학교가 휴교하는 등 실제 전쟁상황을 방불케 하는 난리를 피웠다. 하지만 화성-12호는 경보가 울리기 전 꼼짝할 사이도 없이 발사 1분 만에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가버렸다.          

 

우리나라 일부 언론은, 우리 정부는 북 핵·미사일에 대해 제대로 된 대비도 없는데 일본은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다고 침 마르게 칭찬하지만 지나친 호들갑이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써가면서 국민을 대북 증오와 호전성으로 세뇌하는 심리전 장치다. 북핵 문제의 해법에 대한 10월7일 ‘갤럽’의 14개국 국제비교조사에 따르면 러시아·독일·불가리아는 90% 이상, 미국에서도 압도적인 75%, 우리나라는 66%가 평화·외교적 해법을 지지했다. 그러나 유독 일본만 51%가 군사적 해결을 지지했다(http://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865).

 

한도는 “국난이라 하는데 … 북조선 문제지요. 스스로가 만든 자작자연(自作自演) 아닙니까?”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는 “북조선 ‘위협’에 많은 국민이 공포를 느끼는 상황을 기화로 총선에서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려는 아베의 술책은 어쩌면 나치의 수법을 상기케 하며 입헌민주주의 정치는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기막히다! 일본은 한반도 분단의 원인 제공자고, 냉전·분단 상황에서 박정희·전두환 등 독재정권을 두둔해왔으며, 식민지 지배 청산도 제대로 안 했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피폭국, 평화주의를 내세우는 일본이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호전적이고 파멸적인 대북 무력공격을 지지하다니!

 

아베의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되찾는 군국 부활 프로그램은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로부터 이어받은 것이다. 기시의 정치 신념은 ‘(미군) 점령하의 정치’로부터 ‘독립된 일본의 정치로’인데 자주헌법, 자주국방, 자주경제를 통한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의 완성’이다. 천황숭배 군국주의자인 그는 A급 전범으로 투옥되었다가 세계 냉전의 시작으로 일본을 동아시아 반공 보루로 만들려고 하는 미국의 노선 전환에 따라 기사회생하여 일본 총리에까지 올랐다. 겉으로는 철저한 친미주의자로 행세하면서 일본제국의 부활을 꿈꾼 자였다. 그는 1946년 수가모 전범 감옥에서 일기(1946년 8월10일)에 “(일본은) 경박하고 역겨운 민주주의, 자유주의에 들뜨고… (자주적인) 기백과 긍지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原彬久, <岸信介>, 岩波新書,1995,126쪽)

 

일본에서 ‘센고(戰後)’란 제2차 세계대전 후를 가리키는 말이며, 보통 전쟁 후의 혼란기를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언제까지 ‘전후’인가 하는 논쟁이 이어져 왔는데, ‘전후’라는 개념 자체가 미군 점령에 의해 비주체적으로 만들어진 정치·경제·사회 체제를 말하고, 일본인의 주체적인 국가 건설이 또렷하게 없어서 ‘전후’가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계속되고 있다.

 

아베도 외조부 기시처럼 일본이 당당하게 자립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 ‘전후’의 종결자가 되기를 소원하고 있다. 이번 일본 선거를 보면서 전후 일본을 구속해 온 평화주의와 평화헌법은 대폭적으로 그 위력을 잃고 군사주의의 유혹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었으며, 일본은 이웃 나라들과의 갈등을 더욱더 격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게 됐다. 특히 가장 약한 고리인 북한 때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며, 중국과는 앞으로 큰 마찰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미·일이 ‘동상이몽’을 하면서 평화 파괴적인 방향으로 상승작용을 하고, 동아시아에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마저 있다.

 

일본의 군사화와 전쟁 선동의 구실을 없애고, 일본발 동아시아 안보위기를 봉쇄하기 위해서는 남북 화해와 평화 실현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된다. 이미 많은 논자들이 언급하고 있으나, 한국은 담대하고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주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호전적인 트럼프와 아베가 주도하는 한·미·일 동맹에 기대지 말고, 대북 강압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하여,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받아들이도록 주동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향해서 이제는 전쟁 위협과 군사연습을 중지하고,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해서 6·25전쟁을 정치·군사적으로 종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 제재를 해제하라고 권유해야 한다. 그래서 그 실적을 바탕으로 남북 윈윈의 관계 속에서 공신력과 발언권을 확보하여 정상적 남북관계를 열어 나가야 할 것이다.

 

<서승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 연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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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스페인의 ‘반역자’로 몰린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의 처지가 궁색하다. 지난달 27일 독립 선언 후 자치정부가 해산되고 검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자 그는 벨기에 브뤼셀로 몸을 피했다. 그가 여기서 정치적 망명을 하려 한다는 설이 돌았다. 지난달 31일 그는 “망명을 신청하러 온 게 아니라 자유롭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이곳에 왔다”며 “스페인 정부가 (신변 등) 보장을 해준다면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벨기에 정부에는 네덜란드어권 지역 플랑드르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신플랑드르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비슷한 처지인 이들이 우호적으로 대해 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의회 최대 정당으로 정치권의 ‘주류’가 된 신플랑드르연대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푸지데몬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신플랑드르연대 출신 장관들이 만나 스페인과 외교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푸지데몬과 접촉하지 말자고 합의했다.

 

지난달 29일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는 수십만 인파가 바르셀로나 거리를 메웠다. 스페인 깃발이 나부꼈다. ‘침묵하던 다수’가 나왔다고들 했다. 카탈루냐 독립을 주도했던 민중연합후보당(ERC)과 그가 속한 카탈루냐민주당(PDeCAT)은 조기총선을 받아들였다.

퇴로가 막힌 푸지데몬은 결국 12월21일 치러질 조기선거를 받아들이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독립을 위한 투쟁은 계속된다”고 했지만 이미 힘은 빠졌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푸지데몬과 해산된 자치정부 각료 13명에게 2일 반역죄를 심판할 마드리드의 법정에 서라며 소환장을 발부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푸지데몬은 최고 3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스페인 정부는 푸지데몬을 궁지로 몰았으니 성공한 걸까. 당장 분리주의자의 목소리는 작아진 듯하지만 12월 선거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카탈루냐의 민심은 복잡하다. 지난달 1일 스페인 경찰의 봉쇄 속에 얼렁뚱땅 치러진 국민투표는 투표율이 43%에 불과해 반쪽 여론에 불과했다. 카탈루냐의 독립 찬성과 반대 여론은 늘 분분했다. 엘문도가 여론조사기관 시그마도스에 의뢰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43.3%가 독립을 반대해 찬성 여론(42.5%)보다 조금 높았다. 독립 선언 전인 지난달 23~26일 실시된 조사다. 자치정부의 공공여론조사센터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결과는 찬성이 48.7%로 반대 43.6%보다 높다.

 

그러나 또 다른 조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9일 시그마도스 조사에서 카탈루냐인들은 중앙정부가 자치권을 박탈하려 헌법 155조를 적용하는 것에 55.5%가 반대하고 32.5%만 찬성했다. ‘침묵하는 다수’들이 독립에 부정적이어도 중앙정부의 강경대응과 억압적 직접 통치 역시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풀뿌리 시민활동가 출신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의 말은 카탈루냐 사태의 본질을 가장 잘 압축하고 있다. “분리주의 정당들이 다수의 지지를 결여한 채 카탈루냐 독립 공화국을 향해 ‘가미카제식 질주’를 한 것에 대응해 마드리드는 ‘민주주의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둘 사이에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는 ‘정치’는 실종되고 유권자도 소외됐다.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의 정치 도박은 돌아 돌아 결국 다시 카탈루냐 유권자의 손에 맡겨졌다. 위기의 근인을 짚어보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일단 스페인 정부가 폭력 없이 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누군가의 출마를 제한하지 않고 투명한 선거를 보장하는 것이다. 선거를 유리하게 움직이려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또 결과가 어떻든 민의를 과대포장해 또 다른 정치 도박을 벌이는 일은 카탈루냐 유권자를 배신하는 것이다.

 

<국제부 이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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