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jhk@handong.edu


미국은 오바마가 재선되었고, 중국은 시진핑으로 권력이 이양되었다. 일본은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했으며, 한국은 새누리당이 재집권했다. 작년 말 김정은의 등장과 연초 푸틴의 컴백으로 동북아 6개국의 지도부 교체가 이루어졌다. 대체로 기존권력의 재집권을 통한 안정지향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보수우경화 및 민족주의 경향에 주목해야 한다. 유럽의 재정위기를 필두로 한 대내외 경제여건의 악화로 국가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리더십이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내부 결집을 손쉽게 이루려는 유혹이 대외 변수에 대한 강성기조를 택하게 만들고, 이것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국제정세는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정책은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약화된 공산당 지배이념을 민족주의로 이동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중국,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내건 푸틴, 그리고 우경화를 내세운 자민당 노선은 신냉전을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도 보수 세력의 재집권으로 남북관계 개선 전망이 어두워졌다. 


북아의 안정을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두 변수는 미·중관계와 북·미관계다. 미국이 현재는 대중포용과 견제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갈등으로 기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바마행정부 출범 초에는 동반자관계를 강조하는 긍정적 분위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갈등국면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지난 수년간 환율은 물론이고, 한반도 긴장상황과 동북아 및 동남아의 영토분쟁을 둘러싼 패권경쟁도 심화되었다. 미·중 갈등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시킬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국방비를 증액시켜 자신의 부담을 덜고자 할 것이다. 미국의 요구로 시작되었던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이 재추진될 수도 있다. 북핵문제 악화가 겹쳐질 경우 한국이 대중봉쇄의 최전방이 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출처; 경향DB)


다음으로 북·미관계 변수다. 현재로선 오바마 2기의 대북정책에 대한 예상이 엇갈린다. 먼저 소위 ‘전략적 인내’가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방치해온 탓에 북한의 핵능력은 오히려 향상되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또한 선거부담이 없어진 2기 정부는 역사적 유산 남기기에 관심을 둘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을 위한 협상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경책이 유지되거나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한 북한과 협상하는 것은 곧 굴복이라는 공화당과 여론의 반발에 역행하기가 어렵다. 


또한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워싱턴의 대외정책에서 최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도 변화의 걸림돌이다. 경제위기와 재정절벽 같은 국내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외교에서도 미국이 북한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이란핵문제와 비교해도 분명히 드러난다. 이란의 핵개발은 중동 및 세계의 지형을 흔들어버릴 수 있는 사안으로 보는 반면 북한의 핵개발은 한편으로는 관리 가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대중견제를 위해 나름의 이용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북핵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새누리당의 재집권은 안타까운 결과다. 지난 5년간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이끈 장본인들이기에 당명을 교체하고, 옷을 바꿔 입는 정도로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유연한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를 선제적으로 이끌어내고, 중·미 사이에서 실용을 앞세운 균형외교를 해야 한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현실화되고, 한국에 대한 군사비 분담요구가 거세질 경우 친미반북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