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에서 잇단 패전으로 패색이 짙던 러시아는 1905년 함대 파견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다. 그해 5월27일 러시아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지휘하는 발틱함대는 대한해협에서 일본과 최후의 결전을 벌였다. 결과는 마찬가지, 러시아의 참패였다. 전함 38척 가운데 19척은 격침되고 7척은 나포됐다. 본국으로 돌아간 배는 3척에 불과했다. 이 와중에 ‘보물선’ 침몰 사실이 제기됐다. 당시 도엔스키 해군 중장은 ‘150조원어치의 금괴를 싣고 있던 드미트리 돈스코이호가 일본 군함의 추격을 받던 중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서 침몰했다’고 기록했다.

 

신일그룹이 지난 15일 오전 9시 50분께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1급 철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 Donskoii)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일본군 공격을 받고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2018.7.17 [신일그룹 제공=연합뉴스

 

전사(戰史)의 기록이 너무 뚜렷해 보물선을 찾으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1980년대 초 일본은 쓰시마섬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러시아 함정의 선체와 함께 금괴 17개를 발굴했다. 한국에서는 1999년 동아건설이 한국해양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해 본격적인 돈스코이호 탐사에 나섰다. 이후 2003년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발굴했으나 동아건설이 다른 그룹으로 합병되면서 인양까지 하진 못했다.  

 

지난 17일 돈스코이호 선체 발견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에는 선체에 선명하게 새겨진  ‘DONSKOII’(돈스코이) 글자와 함께 대포·기관총·앵커·연돌 등도 발견됐다. 113년 전 침몰한 돈스코이호(6200t급)의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선체 등 유물이나 발견 위치는 도엔스키의 기록과 부합한다. 세인의 관심은 온통 금괴 존재 여부에 쏠리고 있다. 선체 탐사를 주관한 그룹 산하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 그룹은 발굴 보증금을 충당하겠다며 돈스코이호를 담보로 코인 판매에 들어갔다.

 

그러나 돈스코이호가 보물선이라는 증거는 없다. 설사 금괴가 나오더라도 소유권 분쟁은 피할 수 없다. 발굴은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 규정’에 따라야 한다. 100년이 지났지만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있다. 탐사단은 9~10월쯤 선체를 인양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탐사가 적법하게 진행됐는지, 또 인양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등 따져봐야 할 일이 많다. 이참에 돈스코이호를 ‘보물선’보다는 ‘역사 유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어떨까.

 

<조운찬 논설위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