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으로 6박7일에 걸친 유럽 순방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트럼프식 정상외교의 특징과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18개월 동안 21개 나라를 방문했다. 10개국은 다자 국제회의를 위해 찾았고, 11개국은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같은 기간 23개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8개국을 방문한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순방 횟수는 적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첫 순방국으로 택했고,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헬싱키 _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기존 미국 외교의 패러다임을 거부한다. 그는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며 동맹 때리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는 지난 15일 CBS 인터뷰에서 “무역에서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적”이라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는 EU와 연을 끊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러시아 가스 도입을 추진하는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고 비난했다. 동맹국들이 그를 반길 리 없다.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을 엘리자베스 여왕이 혼자 만났다. 찰스 왕세자 등 누구도 그와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에서 규범과 원칙은 무의미하다. 이익만이 최우선이다. 소위 ‘아메리카 퍼스트’ 원칙이다. 그는 “무역에서 동맹은 없다”며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EU에 대해 관세 폭탄을 협박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시종 유럽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만 요구했다. 그는 전후 자유주의 세계질서 유지에 관심이 없다.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미국의 역할은 뒷전이다. 오직 국내 지지층만 바라본다. 외교 정책이 국제 관계뿐 아니라 국내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는 ‘투 레벨 게임’은 상식이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외교는 국내 정치의 수단이 된 느낌이다.

 

독재자들과 케미스트리가 잘 맞는다는 것도 트럼프 정상외교의 특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과의 만남을 긍정 평가했다.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전문가들과 정치권의 반대와 불신 속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밀어붙이기 어려웠다. 북·미 정상 간의 개인적 신뢰는 후속 협상의 바탕이 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 톰 플레이트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재떨이 외교’라고 혹평했다. 자기 뜻에 반대하는 나라나 그 나라 정상을 향해 크고 무겁고 각진 재떨이를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욕설외교’라고 불렀다. 폴리티코는 “메이 총리의 측근들은 트럼프 특유의 브랜드인 욕설외교를 이해하고 있었고, 그의 폭주를 관리하기보다는 견뎌내는 쪽으로 노력했다”고 영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스타일의 정상외교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추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이면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리더가 아니다. 미국 우선이 미국 혐오, 미국 배제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인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까지 할 경우 6년 후 국제사회에서 자기 나라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렇게 지적한다. “트럼프는 미국을 친한 친구도 없고, 완전히 예측 불가능하고, 지속적 가치에 구속받지 않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언제든 등 뒤에서 칼을 찌를 준비가 돼 있으며, 선거로 당선된 민주주의자보다 마피아 같은 독재자들이 더 편한 이기적이고 부정직한 나라로 만들고 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