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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중국 주권이 미치는 땅이지만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따라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 시내 가판대나 서점에서는 중국 권부의 얘기를 다룬,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사를 실은 잡지들이 버젓이 판매된다. 최고 지도자들의 건강문제까지 과감하게 기사화할 정도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기사도 많지만 홍콩이 누리는 언론자유가 충만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민감한 내용을 담은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사후 회고록 <국가의 죄수>도 홍콩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중국어 신문 명보(明報)는 홍콩에서 가장 신뢰받는 매체에 속한다. 중국의 인권과 정치에 성역 없는 비판을 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매체로 보도의 정확성도 높다. 홍콩 식자층은 물론 외국인들이 중국을 비교적 소상히 알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들 매체는 중국 본토에서 직접 접속하기 어렵다. 툭하면 끊기긴 하지만 우회 프로그램이 있어야 접속이 가능하다. 물론 중국에서 뉴욕타임스 등 일부 서방 언론의 접속이 원천봉쇄돼 있고 페이스북, 구글 접속이 차단되는 등 인터넷 통제가 심각한 편이란 점을 감안하면 홍콩만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건 아니다.

112년 전통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수에 성공한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이 명보까지 인수하려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부인하긴 하지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수 소식이 보도됐을 때도 연막을 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날 인수가격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기업 알리바바가 잇따라 홍콩 유력 매체 인수에 나선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광고판매 하락과 구독률 감소로 어려움에 처한 게 홍콩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으로서 신문의 위기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재벌이 언론사를 인수한다는 점, 그것도 중국 재벌이 중국에 비판적 성향을 보여온 언론을 소유하려는 것은 뭔가 배경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중국 지도자들의 독특한 언론관 때문이다. 중국의 언론은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위해 일하는 선전 도구로 간주된다. 무엇을 선전하고 무엇을 선전하지 말지는 당의 방침과 지도에 따라야 한다. 알리바바가 민간 기업이긴 하지만 중국 선전당국의 영향력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알리바바를 통한 홍콩의 비판 언론 길들이기는 불가피할 수 있다. 언론사에서 자체적으로 자기검열 현상이 만연해질 수도 있다.

홍콩에서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매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신문사 앞에서 홍콩의 언론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를 위한 민주화 운동에서 좌절감을 느낀 홍콩 민주화 세력으로서는 알리바바의 언론사 인수가 우려할 만한 현상일 수밖에 없다.

알리바바 측은 이 같은 우려를 일축한다. 마윈은 “우리를 지나치게 무시한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토로한다. 매일매일의 편집결정은 뉴스룸의 편집자들이 하며 기업의 이사회실에서 결정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알리바바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보자면 ‘서방 언론들이 중국의 통치방식을 수긍하지 못하면서 중국에 왜곡보도를 일삼는다’고 주장하는 중국 지도층의 인식이 깊게 배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미래의 일을 현재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알리바바의 디지털 역량과 홍콩 유력지들의 신뢰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알리바바가 이미 글로벌 기업인 만큼 편집권 독립 논란을 자초하진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윈이 홍콩의 언론자유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란 평가보다는 중국 경제의 혁신 아이콘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콩의 언론자유는 중국이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자산이다.



베이징 오관철 okc@kyunghyang.com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