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15 공동선언’ 15주년이 되는 날이다. 또 2달이 지나면 8·15 광복 70주년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과 진정한 광복 정신의 구현은커녕 심각한 군사적 무력 충돌의 전운만 감돌고 있다. 남측은 북측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는 탄도미사일을 개발, 지난 3일 첫 발사실험에 성공했고, 북측도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사출시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남북이 모두 대화보다는 무력(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진영논리와 과거 냉전적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이렇게 남북이 소모적 군사적 대결을 하고 있는 동안 미국과 일본은 제2의 카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할 만한 ‘미·일방위협력지침’을 지난 4월27일 미국에서 합의했다. 그리고 그 후속으로 현재 일본의 아베 정부는 군사대국주의에 기초한 한반도 진입을 염두에 두면서 그 구체적 이행을 위해 국내 안보 관련 법제를 중의원에서 제정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종용하고 있고, 중국은 이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일본의 자위대는 미국의 뒤에 슬며시 붙어 독도 해상과 한반도에 진입하려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 21세기 한반도의 이런 엄중한 상황 속에도 한국민들의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제한적이다.

답답한 현실이지만, 상황 개선을 위해 우선 한국민의 선택은 북한에 대해 열린 자세로 향해야 한다. 물론 이제까지 한반도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북측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현재 김정은으로의 세습 과정에서 정치 불안을 겪고 있는 북한보다는 북측의 문제점과 동북아 정세를 잘 알고, 한반도 정세를 주체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위치에 있는 한국 정부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적대적 대북정책과 통일외교의 지나친 미국 쏠림현상 그리고 통일외교라인의 경직성이 오늘의 심각한 한반도 현상을 초래했다고 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북개방 3000’ 정책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신뢰프로세스 외교’로 대북정책의 근간을 잡았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양 정부의 대북정책은 평화통일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지 못해 남북한 간의 신뢰구축과 화해협력에 기여하지 못했다. 오히려 두 정책은 대북 적대정책에 기반을 둔 북한붕괴론과 흡수통일론의 실체를 북한에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적대감과 불신만 더욱 조장해 남북한이 그동안 쌓은 인적 네트워크까지 차단케 하였다.

그 결과 1998~2007년 사이 6·15와 10·4로 소중하게 맺어온 지난 10년간 남북화해협력의 기반은 모두 무너졌다. 그 정점이 2010년 3·26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24 대북 제재조치이다.

5·24 대북 제재조치로 정부는 북한의 어려움을 예상했지만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을 더 심화시키고 남한의 남북경협 기업인에 대한 치명적 손실과 남북관계 전반만 경색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여당의 원내총무와 여당 출신 국회 외통위원장까지 5·24 조치의 해제를 정부에 간곡히 요청했다.

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된 2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5·24 조치 해제와 6·15 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제 한반도의 선택은 분명하다. 이미 국민의 과반수는 대북 적대정책과 자주성 없는 외교정책의 수정을 요망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렴해서 미·중·러·일이 각축하는 21세기 한반도의 상황에서 평화통일로 가는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으로의 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특히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첫 행보로 대북정책과 외교안보라인을 확 바꾸는 용기 있는 결단을 요망한다.


이장희 | 한국외대 명예교수·평화통일시민연대 대표

Posted by KHross